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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종 지허 종정 更子年 冬安居 結制 法語


(법상에 올라 주장자를 한 번 들어 올리고 이르기를)

대중들이여!
여러분은 각기 삼세의 모든 부처가 지닌 지혜와 대상을 한 치도 다름없이 본래 소유하였다.
여러분도 지니고 부처도 똑같이 지닌 적멸의 즐거움과 만유한 신통묘용을 아는가 보는가? 알고 보았으면 말해보라.

(잠시 있다가 ‘할’을 한 번 하고 이르기를)

모든 형상은 눈으로 들어오고 모든 소리는 귀로 들어온다.
배고프면 밥 먹고 목마르면 물을 마시는구나.
알겠는가.

晝夜天明暗(주야천명암)
春秋地溫冷(춘추지온냉)
妙哉這一物(묘재저일물)
常放大光明(상방대광명)

나무아미타불

낮과 밤은 하늘이 맑았다 어두웠다 하고
봄과 가을은 땅이 따뜻했다 차가웠다 한데
오묘하구나, 이 한 물건이여.
항상 대광명을 놓고 있네.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고)

이로써 올 동안거 결제에 대중과 나의 거래를 다 마치고 우리 선조사 스님이 남긴 행적을 애기하고자 한다. 

중국의 당나라 현종 때 우리나라로는 신라 경덕왕 때가 된다. 약산 유엄(藥山惟儼, 751~834) 선사라는 분이 계셨다. 약산 유엄 선사는 17세에 중이 되어 석두 희천(石頭希遷)  선사에게 수행하다가 마조 도일(馬祖道一, 709~788) 선사를 찾아가 3년 만에 깨닫고 다시 석두 희천 선사에게 돌아와 법을 이은 대종장(大宗匠)이다.
석두 희천 선사와  마조 도일 선사는 같은 시대에 출현한 양대 선맥의 태두이신 남악 회양(南岳懷讓)과 청원행사(靑原行思)의 제자이다. 이 두 분은 6조 스님의 제자이니 석두와 마조는 6조 스님의 손제자이다. 석두와 마조 가문 아래 중국의 5가지 7종이 나왔으니 중국대륙에 전무후무한 선풍이 대지를 휩쓸었다. 
선풍의 힘은 참 공부인에 의하여 일어나고 참 공부는 자타를 나누지 않고 도를 향해 날아가는 화살이 과녁을 향할 뿐이다. 약산 유엄 스님은 마조 도일 선사에게 도를 깨치고 법을 석두 희천에게 이은 것은 가문이 다르다는 충정이나 고집이 아니고 암탉이 알을 품어 달걀 속에 병아리가 성숙하였으나 마지막 달걀의 껍질을 어미닭이 깨주는 순간이 다른 까닭이다. 이 두 순간이 같으면 줄탁동시(啐啄同時)라 하고, 달걀 안에서 병아리가 자라게 돕는 어미닭과 달걀 속 병아리 소리를 확인하고 껍질을 쪼아 병아리가 탄생하게 하는 어미닭의 시절인연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들이여.
우리는 불교라는 둥우리 안에 결제라는 과정 속에 있다. 자신이 얼마나 컸는지 돌아보며 화두(話頭)의 비검을 들고 만반사견(萬搬私見)을 하나도 없이 쳐버리고 나면 어느 닭이 됐건 다른 어미닭의 날카로운 부리가 됐건 껍질을 쪼아 대 자유천지를 입 없이 삼켰다 토할 것이다.

대중들이여.
이 얘기를 잘 들으라.
약산 유엄이 어느 날 석두 선사에게 말하기를 “듣건대 남쪽에 사람의 마음을 곧장 가리켜서 성품을 보아 부처를 이루게 하는 법이 있다는데 저에게는 그 뜻이 분명하지 않으니 바라건대 선사께서 자비로 지시해 주십시오.” 하니 석두 선사가 “이래도 안 되고 이렇지 않아도 안 되고, 이러하거나 이렇지 않건 간에 모두 안 되니 그대는 어찌 하겠는가?” 물었다. 이에 약산 유엄이 우두커니 생각에 잠기니 석두 선사가 말하기를 “그대의 인연이 여기에 있지 않다. 강서에 마조 대사가 있으니 거기에 가서 물으면 자세히 설명해 주리라”하였다. 
약산 유엄이 마조 대사에게 가서 석두 선사에게 물은 것과 똑같이 청하여 물으니 마조 대사가 말하기를 “나는 어떤 때는 그대에게 눈썹을 드날리거나 눈을 껌벅이게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눈썹을 드날리거나 눈을 껌벅이지 않게 하나니 어떤 때는 눈썹을 드날리거나 눈을 껌벅이게 하는 것은 옳고 어떤 때에 눈썹을 드날리거나 눈을 껌벅이지 않게 하는 것은 옳지 않으리라”하니 약산 유엄이 이 말에 깨달은 바가 있어 공손하게 절을 올렸다. 
이에 마조 대사가 묻기를 “그대는 어떤 도리를 보았는가?” 하니 약산 유엄이 “저가 석두 선사에게 있을 때는 마치 모기가 무쇠소에게 기어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하였다. 이에 마조  대사가 말하기를 “그대가 이미 그러하였다면 잘 보호하여 유지하여라” 하셨다.

대중들이여. 
어떠한가? 약산 유엄이 부처가 되고 싶은 소망은 우리와 같다. 그런데 석두 선사가 약산 유엄에게 한 말이나 마조 선사가 약산 유엄에게 한 말이 마치 산골 사는 불학무식한 부녀자의 말과 다르지 않아서 뭐가 뭔지 마조 선사에게 약산 유엄이 절을 했다 하고 석두 선사가 물었을 때는 약산 유엄은 “모기가 무쇠소에 기어오르는 것 같다” 하니 천하의 마조 도일 대선사가 약산 유엄의 확철대오를 이로 하여 인가하였다 하므로 깨치지 못한 사람은 그 답답함이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안거를 인정하고 화두 하나에 철저히 용맹정진하다 보면 언젠가 한 찰나에 격외의 대광명을 반드시 얻게 될 것이다.

끝으로 우리 태고 종조께서 종조가 지니신 일생의 뜻을 공민왕에게 바친 노래 한 자락 부르려 한다. 

西來的的意(서래적적의)
正好黙無陣(정호묵무진)      
怒目嗔何事(노목진하사)
佛是眼前塵(불시안전진)

서쪽에서 온 밝고 밝은 뜻
만고에 좇아버리지 않고 잠잠히 지녔네
눈을 부릅뜨고 무슨 일로 성내는가
눈앞에는 부처마저도 티끌이로다.

나무아미타불 

불기 2564(2020). 11. 29(음. 10. 15.)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지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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