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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밤이 가고 있는동안 냇물이 모여 강이 되고 있었다.

그림= 박순철 추계예대 동양화과 교수
나비가 팔랑거리다 꽃을 보고 멈췼다.  그리고 꽃에 앉았다.  안녕 나비가 꽃에게 말했다. 수줍은 얼굴로 꽃이 물었다. 안녕요? 나비님, 왜 팔랑거렸어요? 나비가 날개를 접었다. 네가 그리움이 사무쳐야 꽃을 피우듯 나는 살아있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바다로 날아가고 있는 시간이니까.  나비가 말했다. 바다요? 어떤 세상을 날아왔는데요? 고통의 시간이지. 고통요? 응. 꽃아, 너의 고통은 무엇이니? 꽃이 바람에 출렁였다.  그 바람에 나비가 중심을 잃고 기우뚱했지만 이내 평형을 찾았다. 먼산 별들이 내려다보다 귀를 쫑긋했다.  궁금했던 달도 꽃의 고통이 무엇인지 눈을 껌벅거렸다. 꽃을 피우는 거요. 나비님이 오시기 전까지도 기다리고 지쳤어요. 조용히 신음 했어요.  꽃을 피우려면 아프니?  네 고통스러워요.  모진 폭풍이 있었구요, 검은 해 검은 달 검은 구름이 있었어요. 꽃이 얼굴을 찡그리며 엄살을 부렸다. 그러면서 왜 꽃을 피우는 건데?  꿈을 꾸고 싶어서 사랑하고 싶어서 살고싶어서요.  그럼 그건 뭐 즐거운 아픔이잖아. 고통은 즐거운 고통. 아픔 슬픔을 항상 동반하지. 즐거운 고통요? 응 이렇게 서서 일생을 소비하는 게 다른 이유가 또 있을 거 같은데.... 지금 여기에 있기까지. 네,  실은 제 꽃속엔 불씨하나 숨겼어요.  아 그렇구나. 넌 낮에만 예쁜줄 알았는데 밤되니 더 아름답구나. 그래 너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었어. 그래서 가을이 되면 너희들이 세상에  불을 놓았구나. 밤하늘의 별들이 꽃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꽃불요. 저쪽 사람들은 어때요?  네가 밤을 불러 밤새 신음하며 꽃불을 만들듯 저쪽 꽃들도 마찬가지란다.  그쪽은 사고팔고지.  사고팔고요?  응.  이쪽이나 저쪽이나 꽃피우기 어려운 건 매한가지야. 나비님, 그런 고통은 어디에서 오는 거예요?  꿈을 꾸고 있어서,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있기때문에.  먹고자고 애써 일하고,  하며 꽃이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며  어지러웠어요.  그래서 노래를 지어 불렀어요. 무슨 노래? 제 꽃잎위로 가득한 허공, 그리고 햇님이 뜨고지고 달님이 뜨고지고 할 적에 붉은 꽃물을 만들어 주는 게 저였어요. 오 그랬구나.  네가 곷피워 하늘에 노을을 주었구나. 그래 넌 참 우주적이었구나. 그때 밤을 부유하던 안개들이 꽃을 안으며 고개를 삐끔 내밀었습니다. 얘네들이 가끔이래요.  꽃이 살짝 고개를 뒤틀며 말했다.  나비는 피식 웃었다. 저는 당신의 상처에요,  하던 꽃생각이 났다.  나비는 인개를 안아주는 꽃의 生을 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땅에서 초록벌레 하나 피안의 곡예사모양 기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얘, 너 어딜 오니? 너 누구니? 꽃을 먹으려고요. 꽃님을 넘어 저 산 봉우리를 오르려고요. 뭐 나를? 하며 벌레의 말에 꽃이 기겁을 했다. 어떻게하니 꽃아?  걱정마세요.  우리가 있는 곳까지 벌레는 올라 오지 못해요. 저의 맨 밑에 있는 꽃은 제가 내어주는 꽃이에요 저 초록아이는 저 꽃을 반도 먹지 못하고 일생을 마감할 걸요. 그것도 모르고 산봉우리를 오르려고 저 난리지만요. 나비는 예쁘고 곱게 물든 꽃에 앉아 기어오르는 벌레를 내려다 보았다. 그런데도 나비님, 저는 왜 고통스러운가요? 고통은 어디에서 오느냐고? 꿈길 가는 길에 몸과 마음이 내 것인줄 알고 까불거리거든 그래서 오는 거야. 나비의 말에 꽃이 웃었습니다. 꽃은 음, 하다 몸을 비틀며 신음을 삼켰습니다. 나비님? 응?  전 참 달콤한 인생이에요.  왜?  나비님이 있어서요.  히이.  나도 그래.  너의 눈 코 입,  너는 내게 소중한 한송이 꽃이야. 근데요, 저쪽 꽃들은 이런 때 어떻게 해요?  응,  사고팔고를 들여다 봐. 그걸 관(觀)이라고 하지. 집착하는 것들은 고통을 수반해. 사고팔고는요? 현금이지. 사고는 四苦, 생노병사. 八苦는  사고를 더해서 이별, 만남, 부득, 인생고.  그러니까, 卽時現今 更無時節(즉시현금 갱무시절,  바로 지금이지 다른 시절 다른 기회는 다시없다.)이라고. 꽃이 어이없어하며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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