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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色界, 色處 곳곳으로

그림= 박순철 추계예대 동양화과 교수

팔랑거린다는 거 하늘을 난다는 거 산다는 거였습니다. 팔랑거리는 한숨과 입김은 당신의 만다라였습니다. 나풀거릴 때마다 부질없는 바람 무지개는 꽃이 되었습니다. 에켄드리아. 당신에게로 가는 길가엔 늘 지옥이 야차들이 창과 칼을 들고 늘어서 있었습니다. 늙어가고 죽어가고부박하기 짝이 없는 그 삶, 죽음이 삶이고 삶이 죽음이겠습니다만 캄캄함 속에서의 오랜 침묵의 그 외로운 날개짓으로 존재였습니다. 저 허공의 들목으로 날다보면 찢어진 권태의 날개가 다시 돋아나곤 했습니다. 하늘을 날다보면 멍해졌습니다. 뒤집어야지, 뒤엎어야지 했지만 뒤집어진 건 날개의 속창자였습니다. 위쪽 세상이 그리워 솟아올라 팔랑거린 건 절대 아니었습니다. 절절매고 징징거려야 하는 이 色界, 色處 곳곳으로 에켄드리아, 유정有情들은 밝고, 넓고, 높고, 빛나며, 그리고 깊고, 질척하고, 아늑한 세계를 꿈꾸지만 물질주의와 자본주의에 끌려 노예가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 이 몸의 우주, 다시 욕계 태어나서는 안 될 것이었습니다. 삶으로 뻗은 이 길, 이놈의 地獄道. 에켄드리아. 향상(向上)과 향하(向下)는 무명(無明)으로 말미암았습니다. 삼십삼천(三十三天) 그 윤회의 방() 산다는 거 죽는 다는 거 늙음과 죽음을 맞이하는 건 매한가지인데 다시, 생활의 날개를 팔랑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반야는 어디에 있는 거지요. 열반은 어디에 있는 건지요. 처음 나는 것처럼 허공에 바람소리가 일었습니다. 서투른 날개짓이었습니다.

어디로 날아가는 것인가요. 부처님 당신에게로 가까와져 가고 있습니다. 당신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은데. 발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은데, 그것은 서투른 사랑인 듯한데, 보일 듯 보이지 않고 들릴 듯 들리지 않는데 그러고 보니 꼭 부처님 당신과 하나가 될 필요는 없는데. 가까워지고 싶음에 팔랑거려보지만 호리유착(毫釐有差) 천지현격(天地懸隔)이라, 더 멀어지는 날개짓이었습니다. 아 구름입니다. 파도입니다. 눈물입니다. 얼마나 더 견뎌야 하는지요. 이승에서 저승으로 날아가려면. 외로움에 병든 객귀처럼 나비는 큼큼거렸습니다. 허공을 날다 그만 덜컥 뒤를 돌아보고 만 것이었습니다.

팔랑거림과 팔랑거림이 만드는 물결, 그 이랑의 밤과 낮 오므렸다 활짝 필 때의 그 찰나. 세계와 교접하고 교차하는 그 순간, 돌아보니 나비는 눈앞에 하늘보다도 넓은 허공을 보았습니무()였습니다.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요? 어디가 안이고 어디가 밖인지요? ()에서 무혈(無穴), 무여(無餘), 원만(圓滿)을 본 것 이었습니다. 무시(無始), 무종(無終) 꿈도 없고 생사도 없을 때 너는 무엇이던가? 나비였습니다. 팔랑거리던 나비는 갈급해졌습니다. 스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여기 한 물건이 있는데 본래부터 한없이 밝고 신령스러워 일찍이 나지도 않았고 죽지도 않았다. 이름 지을 길 없고 모양 그릴 수도 없다. 허공같이 뚜렷하여 모자랄 것도 없고 남을 것도 없다. 또한 크다, 작다, 많다, 적다, 높다, 낮다 시비할 수 없으며, 거짓.참 등 온갖 차별을 붙일 길이 없으니 무엇인고? 너는 무엇인고? 너는 누구인고? 알거나 알지 못한 데에 있지 않았습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나비는 허공을 팔랑거릴 뿐이었습니다. 그때 존재 속에서 나비를 부르는 이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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