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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꽃과 나비, 별을 보고 울다.

그림= 박순철 추계예대 동양화과 교수

자다 깬 꽃이 말했다. 가지 마세요. 잠깐 지나가던 중이야. 저의 전부가 되었어요. 잠들지 못하던 나비가 피식 웃으며 너를 만나서 좋았어. 그래도 가야 해, 하고 낮게 말했다. 막 소리치고 엉엉 울어버릴 거에요. 이별은 우리들의 일이야. 치이 전 사랑을 했어요. 만월의 달빛아래 말하던 꽃의 얼굴이 빨개졌다. 밤하늘의 별들이 꽃과 나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럼 저는 이제 기다리며 살아야 하잖아요. 우리가 산다는 건 마음 뛰고 마구 가슴쳐대는 일이야. 내 마음 깊은 곳에 항상 네가 있을 거야. 오래 기다렸어요. 우리들의 생은 기다리는 생이야. 너는 너에게 어디까지 가봤니? 나비님으로 인해 나를 먼저 들여다보았어요. 잘했군 잘했어 그래 지금처럼 너만의 생을 살아. 지금 네가 꽃으로 살고 있지만 나는 나의 끝까지 가보아야 해. 왜요? 나는 지금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야. 단 한번 뿐인 생, 누가 떠나는 가요? 발이 묶여 있는 제가 혼자 살아야하는 제가 한스러워요. 저도 떠나고 싶어요. ? 지금은 헤어진다니까 막막하고 불안해요. 그래도 살아야지 어쩔거야? 그래도 길 위에 생은 계속될 텐데. 그리고 왜 혼자라고 생각해? 안개도 널 보러 오고 햇님도 달님도 별님도 있는데. 그래도 낯선 길, 낯선 세계 속으로 여행을 떠나고파요. 님을 따라가면 안되요? 꽃의 말에 나비가 웃었다. 누군가는 떠나고 또 누군가는 돌아오겠지, 하고 쓸쓸히 혼잣말을 했다.

그래. 넌 내게 특별하니까. 우리가 만난 게 언제였는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왔는지, 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화두를 틀면서 남김없이 꽃을 피우고 지면서 참구하고 있어. 그러면 깨닫게 된다. 그러면 자유로울 수가 있지. 그러나 지금은 오직 모를 뿐이니까 네 삶의 결정이라면 따라와, 육신은 꽃으로만 노래로 남고. 마음만. 마음만 따라와. 진정한 너의 주인은 너니까. 새로운 나비를 만나보고 책을 보고 영화를 보면서. 나도 몇 번이나 변태를 거쳐 탈피했는지 몰라. 나도 애벌레였었어. 어찌 아니, 네가 꽃 다음에 새가 될 줄? 정말요? 그럼. 네가 날 잡아먹을 수도 있다. 그 말에 꽃이 치이, 하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네 고마워요 님 속에 제가 항상 있다는 걸 잊으시면 안 되요. 그래 넌 내 속에 있으니까. 고마워요 전 언제나 이렇게 세상 끝에서 당신을 생각해요. 왜 세상 끝이라고 해? 님이 떠나가면 저는 세상끝이 되어요. 그래도 넌 진정 이 세상의 주인이야. 우리가 산다는 건 사랑하는 거야. 만나고 나누고 눈물 흘리고 이별하는 것처럼. 미명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꽃이 서러운 듯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데요, 하며 억울하다는 양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햇살이 눈부신 날이었다. 날개가 마르자 꽃과 마주하던 나비는 꽃의 나뭇가지에 앉아 안녕하고 날개를 펄럭였다. 어떻게 해야 해요? 꽃이 피를 토하듯 붉게 물었다. 세상이 우리를 아프게 하고 슬프게 하지. 그러나 세상이 그런 게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가혹하게 바라보고 분별망상을 일으키는 거야. 일체유심소현이라고. 그래도 살아야지 뭐. 기다림이란 지루하고 초조한 것이야. 그래도 넌 길을 잃을 염려는 없잖아. 나비가 말했다. 꽃이 나비의 말에 마음이 새카매져 한동안 침묵했다. 떠나는 나비가 안녕이라 말했다. 남은 꽃도 어젯밤은 기적과 같았어요. 불행하다 여기지는 않아요. 안녕, 했다. 감사해요, 항상 내 옆에 있어줘요, 하던 꽃과 작별하고 허공을 날았다. 높이 올라가서 멀리에 뭐가 있는지 꼭 알려줘요. 하던 꽃의 말을 잊지 않겠다 약속했다. 자꾸 걱정이 되요. 망설임 혹은 머뭇거림. 그리고 머뭄과 떠남. 기다릴 께요. 행복의 더듬이를 더듬거려 삶의 꽃을 진하게 피울 게요. 그래, 우리에겐 지금이 최선이고 최고인 생이야. 우린 홀로 와 홀로 자유를 찾아 떠나는 꿈속을 사는 사람들. 나비는 꽃이 눈물 글썽이던 그 애틋하던 꽃의 눈망울을 지우려 날개를 더 팔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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