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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우리가 몇 생이나 그렇게

그림= 박순철 추계예대 동양화과 교수

네가 허공을 날 때는 세상이 더 환해 보여. , 고마워요. 니가 날면 세상이 따스해져. 감사해요, 저도 세상이에요. 욕망의 그물이 씌워지고 애욕의 덮개가 덮이면 우리들 마음은 결박되어요. 그렇지. 물고기가 그물에 걸려든 것과 같이. 바람님만 만나면 부풀어 올라요. 그래? 그런데 너는 나비인데 왜 바다로 가려하니? 어두워지기 전에 제가 사라지기 전에 솟구칠 수 있을 때 이 바다를 건너려고요. 부처님이 번뇌에 머물지 말고 번뇌에서 떠나지도 말라 했잖아요. 이 바다를 건너면 뭐가 있는데? 저바다요. 저바다? 저 바다로 가기위해 너는 봄을 만들고 꽃을 피우고 있었던 거니? . 분명 이 세상에 머물지도 말고 저 영원을 바라지도 말라 했어요. 그래서 전 봄을 기다릴 때마다 그리울 때마다 유유히 하늘을 날아요. 꿈으로 날개짓 하다 보면 슬픔 같은 건 잊어요. 저 먼 호기심의 바다 파도치는 상상의 바다를 훠이훠이 에돌아 가는 걸요.

너는 고운 숨 할딱이며 나는 게 꼭 천사 같구나. 무슨 꿈을 꾸니 바람이 나비 꿈은 알아 무엇 하려고요 나비가 되려고요? 저의 바다는 떠나간 사람들과 남은 사람들 사이의 하늘 땅 바다 공중이에요. 하늘의 길은 원래 길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파도의 공중. 나비가 되느니 뱀이 되세요. 땅의 길도 원래 있던 건 아니에요. 문득 바람뱀, 구름 위의 뱀바람. 문득 나비뱀, 뱀나비? 우리 스님이 그랬어요. 우리들 수행자는 바다를 건너는 진흙소라고요. 넌 나비잖아. . 수행자는 비누와 같은 존재거든요. 바다를 건너는 나비뱀, 부지런히 제몸의 날개를 날개를 파닥이며 파도를 건너는 뱀나비. 이 바다를 후적후적 건너는 동안 비누와 같이 몸과 마음을 다 써서 다 닳아서 하나도 남김이 없어야 한다 했어요. 너의 바다라는 극장은 재밌구나. 마음대로 몸을 바꿀수도 있고. 그런데 얽매이고 집착하지 않을 수 없어요. 온갖 괴로움의 원인이 집착인줄 알면서도 우리는 그물에 걸린 새와 같고 칼날을 밟고 사는 것과 같으며 독 있는 풀을 안고 사는 거 같아요. 나비는 어두워지면 잠자리를 찾았다.

어디서 잘 거야? 바람님이 머무는 곳이요. 노란 꽃 위는 그렇잖아 꽃에게 미안하니까. 꽃은 정결해요. 속살을 겉으로 드러내고 살아요. 지난 겨울의 두꺼운 속옷 버리고 속살로만요. 기왕이면 빨간 꽃에 앉아. 난 저 꽃의 실핏줄들. 떫거나 시거나 이빨자욱을 내고 싶어. 꽃이 발그레 웃었습니다. 붉은 입술들. 빨아들일 듯 농염한 눈빛. 어서 와요. 만지면 피가 묻을 거에요. 어디선가 고라니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둠은 몸이 무서워요. 교성을 지를 듯 어두워져가는 땅거미 속에서 살랑살랑 몸을 흔들며 새로운 색 새로운 공을 보이며 긴밀하게 불렀습니다. 나비가 하얗게 날아 살풋 다가갔습니다. 꽃의 몸매는 호리호리했어요. 엉키고 싶어. 울음을 파묻고 허공이 아닌 꽃의 몸속으로 둥글게 나래짓 하고 싶어. 울지도 못하고 날았던 하늘. 날개짓 할 때마다 아팠어요. 불쌍해, 불상해. 살아있는 것들은 다 불쌍해. 꽃의 봉우리에 앉자 꽃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혀끝에 끈근한 파동. 비록 비릿한 비애일지라도. 헤쳐 나갈 수 없다 하여도. 저 꽃의 바다를 안고 싶어요. 움찔하는 꽃들 오늘밤은 꽃의 향기에 꽃의 사랑에 아름다워지고 싶어요. 솔직하고 싶어요. 꽃도 날개를 접고 저랑 같이 꽃이 되세요, 하잖아. 꽃과 눈물 땀 벅벅이 되고 싶어요. 한바탕 그림자를 무너뜨리며 신명을 쏟아내고 싶어요. 도드라진 꽃의 핏줄. 가슴이 뛰었습니다. 꽃과 몸을 부딪힐 거에요. 꽃의 입속으로 들어갈 거에요. 꽃의 가슴으로 꽃의 자궁 속으로. 나는 화엄에 녹아 내리고 싶어요. 그리운 날, 끝없는 날. 도대체 검은 구름들이 얼마나 나를 괴롭혔는데요. 고스란히 세상을 차지했던 천둥과 번개들. 그렇게 상처를 주던 벼락들. 날개를 푹푹 찔러대던 파도들. 찢어진 날개로 피를 묻히고 기우뚱 절뚝 날던 나날들. 오늘은 꽃들에게 새 날개를 달아 달라는 날이야. 어두워지기 전에 잠시 숨어야 해. 꽃의 몸속, 울음 안으로 들어가 젖어야 해요. 슬픔의 아랫도리 음부를 파고 꽃의 자궁 속으로 들어가 사랑의 힘을 입어 새로운 날개를 달아야 해요. 저의 사랑에 눈물을 떨굴세요. 저는 다시 태어날 거에요. 저는 나비에요. 그저 나비일 뿐. 나비가 나비노릇 하는 건 정말 힘들어요, 버거워요. 그래요. 내일 더 높이 훨훨 날아오르기 위해 오늘밤은 불꽃으로 타오르세요, 하고 바라보고 있던 바람이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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