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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나비는 나비를 낳지 않는다.

그림= 박순철 추계예대 동양화과 교수

너를 따라다니니 인연이 많이 생기는구나. 바람이 말했습니다. 그건 우리가 살아서 그래요. 나비가 대답했습니다. 넌 엄마에게 날아다니는 걸 배웠니? 아니요. 바람님은 태어나자마자 불었잖아요. 저는 태어나자마자 알이었어요. 알 속의 나는 점이었죠. 알껍질 속에서 영차영차, 욕망으로 움직였어요. 존재가 근지러웠거든요. 가려웠어요. 꿈을 꾸다보니 애벌레가 되었어요. 심산유곡의 암자 뒤 알속의 나는 대웅전 뒤의 나무에 붙은 애벌레로 세상을 나와 저의 허물, 알껍질을 먹었어요. 1령에서 2, 입에서 실을 뿜을 수 있었지요. 그 실을 나무에 걸고 허물을 벗었어요. 그렇게 45령이 되어서야 초록색이 되었어요. 그랬구나, 그렇게 너는 을 쓰게 되었구나. 바람이 말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렌지 , 대롱 혀를 내밀어 구린내를 풍기기도 했어요. ? 바람이 물었습니다. 새들이 벌레들이 세상이 저를 잡아먹지 못하도록요. 그래서 번데기가 되었죠. 쉽지 않았어요. 나비는 날개를 접고 은사시나무에 앉았습니다. 네가 나는 것 만으로도 봄세상 전체가 술렁거려. 수직의 삶을 평생 살아온 은사시나무가 말했습니다. 그렇게 너는 을 다 쓰는구나. 부끄러워요. 은사시나무는 나비에게 관심을 보였습니다. 다들 집요한 은밀한 관심으로 나비의 날갯짓을 보고 있었던 겁니다. 날개로 허공에 물치며 앉던 나비는 이번 생 딱히 불행하지는 않군, 하는데. 난 태어나기 전에 뭐였을까? 바람이 물었습니다. , 우리 스님이 그러던데 무()였다고 하던데요. ? 은사시나무와 바람이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나비야. 넌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잖아. ? 깃을 펴던 나비는 은사시나무의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 어떻게 알았어요? 제가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걸 어찌 아신데요? 나비가 되물었습니다. , 나무야. 나무가 대답했습니다. 나비는 초롱한 눈망울을 반짝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바람이 눈을 찡긋했습니다. 안녕, 은사시나무님. 저는 또 가야해요. 잘 가. 나무가 말했습니다. 나비는 팔랑팔랑 날개짓을 하며 인사를 했습니다. 예쁘다, 예뻐. 참 예쁘다. 나비가 나는 걸 보고 나무도 안녕하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너는 좋겠다. 왜요? 꽃과 함께 꿀과 이슬을 먹고 사니. 바람이 말했습니다. 피이, 허물이 많아요. 제가 이꽃저꽃으로 나풀대는 몸짓들만 보셔서 그래요. 눈에 보이는 게 다는 아니에요. 그래 너는 허물을 안고 바다로 간다고? , 구름 밖에 구름 있고, 꿈속에 꿈이 있어요(雲外雲夢中夢). 너는 목숨의 바다가 무섭지 않니? , 저는 육계 6(6)까지 날아가요. 와우, 굉장하구나. 그래 나비야, 6천의 바다로 가자. 가다 못 가면 생명의 청산에 쉬어 가고. , 우리 가요. 그런데 어떤 것이 허상(虛相)이 아닌 실상(實相)이니? 바람이 물었다. 그럼 허상을 가져와 보세요. 아랑이 새침하게 대답했습니다. 허상을 얻을 수 없지. 그렇다면 실상은 왜 찾아요? 나비의 물음에 바람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꽃도 바다도 아무 것도 볼 수 없을 거에요. 나무마다 풀들마다 하얗고 노란 꽃눈을 틀어 내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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