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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훨훨

그림= 박순철 추계예대 동양화과 교수

어디가


나를 찿으러

너는 지금 어디 있는데?

여기.

마침 옆에 어슬렁거리며 지나가던 바람이 묻고 나비가 대답했습니다.

나를 찾아서는?

꽃을 피워야지.

어리둥절해 하던 바람이 눈을 껌벅거렸습니다.

왜 세상에 꽃을 피우려 하는데?

, 몰라? 마음의 꽃, 어디에도 예속되지 않는.

그래서 이 마음에서 저 마음으로 날아다니는 거니?

. 자유하려고. 마음의 꽃, 깨달음의 꽃피우려고.

그게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니?

. 이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들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많아. 눈에 보이는 것 만이 진실이 아니거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지만, 마음이 없으면 꽃이 있어도 꽃의 의미도 꽃의 울음도 볼 수가 없어.

꽃피면 세상이 꽃향기겠구나. 어디로 갈 건데?

이 세상 어딘들 꽃 없는 곳이 있겠어? 나를 찾아 떠나는 첫 여행이야.

너의 너를 찾아 떠나는 그 여행에 세계가 온통 꽃길이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비록 허공화(虛空華)라 해도. 너의 바램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 그렇다면 나도 데려가 줄 수 있겠니? 네가 꽃 피우는데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거 같아.

나비의 옆으로 슬쩍 비켜 앉은 바람이 말했습니다.

잘 따라와. 기나긴 여정이 될 거야. 힘겨운 투쟁과 만남과 대화가 될 지도 몰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지쳐서 가는 길을 잃을 수도 있어. 그래도 나는 멈추지 않을 거지만.

그래도 나는 너랑 거리두기를 할 거야.

?

너처럼 무모하게 사는 나비들은 위험해.

나비는 바람의 말에 쿡 웃었습니다. 그래도 혼자 외로웠는데 기뻤습니다. 이번 여행을 함께 할 친구가 생긴 것이었습니다. 바람이 살랑살랑 나비를 뒤따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첫새벽 풀잎 위의 이슬 한 방울로 배를 채운 나비는 허공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며 나비가 생각의 날개를 하늘거리며 날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햇살이 금싸라기처럼 하늘에서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했습니다. 안개로 때를 씻은 듯 산촌의 봄 풍경은 엄마 품속같이 아늑했습니다. 그때 하늘에서 땅에서도 봄이 길을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나비는 날갯짓이 가벼워져 꿈에 부푼 희망의 길을 힘차게 날기 시작했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바람이 앞서 가기도 하고 나비가 뒤에 날기도 했습니다.

냇물이 점점 커졌습니다. 바람은 강이라고 했습니다. 나비는 귀를 기울였습니다. 강 옆구리에는 산 계곡에서 졸졸 강물로 물 떨어져 흘러들어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산과 들, 하늘에서 비가 와 물이 흐르면서 물길이 생기는데 서로 다투지 않고 낮은 골짜기를 돌아들어 손에 손잡고 하곡으로 모이기도 하고 넘쳐서 이 물길과 물길을 따라 흐르는 곳을 강이라고 불렀습니다. 해와 달도 흐르고 별도 세월도 흐르고 흘러 바다로 가고 있었습니다. 강에는 물오리 몇 마리 떠있고 햇살이 윤슬에 부딫쳐 눈이 부셨습니다.

너는 어디에서 왔니?

바람은 가만히 강물에 비치는 물무늬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대 왕버드나무가 물었습니다. 왕버드나무는 강가에 서 있었는데 물속에 들어 있는 놈들도 있었습니다. 물속에 비친 왕 버드나무 연녹의 이파리들이 고요히 나비와 바람을 보고 있었습니다. 나비는 그 강물의 눈빛과 숨결을 느끼며 앉았습니다.

, 저 위의 도솔산 심곡사에서 냇물을 따라 왔어.

어디 가려고?

바다에 가려고.

너는 왜 바다에 가려는데?

모두가 다 바다로 가잖아. 노스님이 頭頭物物이 다 佛性을 지니고 있어 부처라고 했어. 생명의 바다는 그 밑바닥이 없다고 하셨거든. 내가 나를 찾아가는 여행은 바다로 가는 건 우리들 생명운동 평화의 시작이라고.

생명운동? 평화?

왕버드나무가 나도 따라가고 싶다, 하며 연초록의 눈을 반짝였습니다.

그때 바람이 너 나한텐 꽃 피우러 간다고 했잖아, 라고 묻는 듯 눈망울을 굴렸습니다.

산을 넘으니 또 산이 나오고 물을 건너면 또 물이 나오고 하늘을 넘으면 또 하늘이 나온데. 심곡사 노스님이 그러는데 결국 우린 다 목숨의 바다로 닿게 되어 있댔어. 쟤네들 저 강물을 보라고.

나비야 너는 날개가 목숨이니?

그때 입에 봄을 문 왕버드나무가 잠시 머뭇거리다 나비를 보고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너는 나한테 뭐가 보여?

날개.

내게도 몸통과 다리가 있단다. 나의 날개는 파도치는 물결과 같아. 팔랑일 때는 나의 얼굴이나 모습도 일렁이고 왜곡되어 제대로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단다. 그러나 날개짓을 멈추면 조용해져 제 모습을 나타내지. 저 강물이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고 맑으면 물밑까지 훤히 보이는 것처럼.

너 따라가면 나도 깨칠 수 있을 거 같은데.

지극히 작은 것은 큰 것과 같대, 또 지극히 큰 것은 작은 것과도 같고. 그러니 내가 다녀와서 다 이야기 해줄게, 그러니 어디 가지 말고 기다려, 하고 나비가 가만히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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