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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맨발- 사랑한다면

(이대흠시인 문학속불교)부처의 맨발- 사랑한다면
사랑은 절하는 것...절 하다 보면 물매화 산수국 옷 입혀지는 것
사랑은 절하는 것이고, 상대의 발바닥을 핥아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어떤 사람은 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를 사랑한다면 상대의 가장 더러운 곳과 수고로웠던 곳을 만지고 핥고 쓰다듬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니 상대의 가장 추한 부분을 향해 절을 할 수 있어야 하리라. 실제로 앓아누운 아내의 발을 빨며 눈물지었던 시인이 있다. ‘산문에 기대어’로 널리 알려진 송수권 시인이다.
오직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시밖에 쓸 줄 모르는 시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별의별 고생 다하여 전문학교 졸업이 이력의 전부인 시인을 국립대학교 교수로 만든 성스러운 아내에 대한 이야기다. 시인의 표현에 의하면 ‘똥장군을 져서 저를 시인 만들고 교수를 만들어낸 여인’에 대한 이야기다. 시인과 그의 아내는 한 때 수박농사를 지었다. 그런데 수박이나 호박은 인분을 밑거름으로 쓰면 유난히 당도가 높아진다. 그래서 똥장군을 져 날라야 했는데, 그의 아내가 그 일을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는 그에게 수박밭을 지키게 하고, 여자의 몸으로 수박 장사에 나섰다. 30리 밖에 있는 해수욕장으로 수박을 이고 나가서 장사를 하고, 억척스럽게 일하여 가계를 일으켜 세우고, 한 젊은 시인을 대한민국 최고의 시인으로 만들었고, 교수가 되게 하였다. 그런데 그런 아내가 별안간 큰 병을 얻어 누웠다. 시인은 서러움이 뭉친 먹을 눈물에 갈아 시를 썼다.
그녀의 피 순결하던 열 몇 살 때 있었다 / 한 이불 속에서 사랑을 속삭이던 때 있었다 / 蓮 잎새 같은 발바닥에 간지럼 먹이며 / 철없이 놀던 때 있었다 / 그녀 발바닥을 핥고 싶어 먼저 간지럼 먹이면 / 간지럼 타는 나무처럼 깔깔거려 / 끝내 발바닥을 핥지 못하고 간지럼만 타던 / 때 있었다
-중략-
나는 어느 날 밤 / 그녀의 발이 침상 밖으로 흘러나온 것을 보았다 / 그때처럼 놀라 간지럼을 먹였던 것인데 / 발바닥은 움쩍도 않는다 / 발아 발아 까치마늘 같던 발아! / 연 잎새 맑은 이슬에 씻긴 발아 / 지금은 진흙밭 삭은 蓮 잎새 다 된 발아 / 말굽쇠 같은 발, 무쇠솥 같은 발아 / 잠든 네 발바닥을 핥으면 이 밤은 / 캄캄한 뻘밭을 내가 헤매며 운다
? (송수권 - ‘아내의 맨발’ 부분)
보험 일에 농사일에 평생 고단한 나날을 보냈을 아내의 발에는 갑골문이 새겨져 있었을 것이다. 쓰러져 남의 피로 겨우 수명을 유지하고 있는 아내. 그 아내의 맨발이 어느 날 문득 시인의 눈앞에 드러난다. 마치 우는 가섭을 위하여 부처가 그 발을 내보였듯이.
부처가 열반에 들었을 때 가섭이 먼 곳에 있어 다비식을 치르지 못했다고 한다. 6일이 지나 가섭이 와서 슬피 울자 부처가 맨발을 내밀어 보이며 제자를 위로하였다. 그러자 가섭이 관 밖으로 나온 부처의 발을 핥으며 통곡 했다고 한다. 염화미소의 주인공인 가섭. 문자로 전할 수 없는 부처의 법을 알아듣고 미소를 지었다는 가섭 존자. 그는 부처가 발을 내민 뜻을 아는 유일한 자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몇 천 년의 세월이 흐르고 한 시인은 아내라는 부처를 발을 핥는다. 지극한 일이다. 하지만 부처의 맨발이 왜 그 때에만 드러났겠는가. 많은 시인들이 그 맨발에 대해 말한다.
소나무 더욱 몸 기울여 좋은 날 / 구름 속에 들어가 잠들고 싶네 / -중략 - / 달도 여기 와서 머리 깎고 산을 넘으며 / 그네들 슬쩍 훔쳐보고 웃음 흘리네 / 이 속에 들어 모두 늙지 않을 때 / 오히려 나 혼자 늙어 꽃처럼 오그라들어 / 세상 향해 두 발만 내보이고 잠들고 싶네
(이성선 - ‘운문사’ 부분)
한국에서는 산과 절이 가깝다. 아니 산과 절은 하나였다. 끄덕이며 끄덕이며 절하며 올라야 하는 것이 산 아니던가. 절 하다 보면 물매화 산수국 옷 입혀지는 것 아니던가. 이성선은 산과 절의 시인이다. 그는 한국인의 정신세계에 내재된 산과 절의 의미망을 몸으로 알고 그 몸으로 시를 썼던 사람이다.
나뭇잎을 갉아먹던 / 벌레가 // 가지에 걸린 달도 / 잎으로 알고 / 물었다 // 세상이 고요하다 // 달 속의 벌레만 고개를 돌린다
(이성선 - ‘고요하다’ 전문)
부처의 그 맨발이 최근 젊은 한 시인의 눈에 들었다. 어물전 조개가 발을 거두는 것을 보고,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무릎을 친다.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 펄과 물 속에 오래 잠겨 있어 부르튼 맨발 /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 아- 하고 집이 울 때 /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문태준 - ‘맨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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