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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진단> 2차 북·미 정상회담, 성공의 관건은 무엇인가

기대를 높여가는 북·미 정상회담 전초전

 미국과 북한 정상의 역사적인 첫 만남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지 260일 만인 오는 2월 27~28일 양일간에 걸쳐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1월 18일(현지시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2차 정상회담의 개최에 공식 합의했고 그 시기는 2월 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담 날짜와 장소는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한 2월 6일과 8일 회담에 발표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건 특별대표의 평양 도착시간에 맞춰 2차 정상회담이 27~28일 베트남에서 개최된다고 날짜와 개최국을 밝혔다. 그리고 비건 대표가 평양을 이륙할 즈음 트위터를 통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가 하노이라고 공개하고, 뒤이어 “북한은 경제강국(great Economic Powerhouse)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개최 사실, 시기, 개최국과 날짜, 장소 등을 살라미처럼 나눠 발표하면서 언론의 관심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하지만 북·미간에 협의한 내용들이 무엇인지는 공개되지 않았고,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비건 대표의 강연, 기자회견 등을 통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내용들이 미국 측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해 북측과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이 된 것인지 현재로서는 확실치 않다.
 지금까지 흘러나온 얘기를 종합해 보면,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도 1차 때와 마찬가지로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성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비건 특별대표는 평양을 방문하기 전인 1월 31일 스탠포드대학 연설에서 “전쟁은 끝났다”면서 “북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정권의 붕괴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북 4No 원칙’을 재확인했다. 평양 방문 뒤인 2월 11일 워싱턴을 찾은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는 북한과 “12개 이상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폴란드 방문 중인 2월 13일 미 CBS와의 인터뷰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게 목표’라면서 대북제재 완화를 처음으로 상응조치로 제시하였다. 2월 14일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한국전쟁의 공식 종식을 논의했냐는 질문에 “그것에 대해 북·미는 많은 얘기를 해왔다”고 말하면서 “비핵화뿐만 아니라 한반도 안보메카니즘, 평화메카니즘의 창설에 관해 얘기했다”고 공개했다.

개최 이전부터 ‘성공’, ‘실패’를 단정하는 오류

 이와 같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두 차례의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게 된 가장 큰 동력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다. 그런 점에서 북·미 정상 간에 어떠한 내용에 합의하든, 이번 「하노이 공동성명」은 한반도 비핵화의 내용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직 어느 수준에서 합의될지는 미지수이다.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논의방식은 1차 회담 때와 달라질 전망이다. 1차 회담에서 논의된 비핵화 접근법이 귀납적이었다면, 아마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접근법은 연역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1차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화 문제로 바로 들어가기보다 70년 적대관계의 청산에 합의하고, 이를 위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여 여건을 마련한 뒤, 최종적으로 완전한 비핵화에 이른다는 귀납적 접근법을 취했다.
 한반도 비핵화에 초점을 맞춘 북·미 고위급회담과 6자회담 때 채택된 합의문들은 모두 연역적 접근법이었다. 「제네바 기본합의문」은 핵문제 해결을 목표로 명시한 뒤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경수로 제공, 정치적・경제적 관계 정상화, 핵무기 불위협・불사용 보장, 국제비확산체제 강화 등을 약속했다. 「9.19공동성명」도 합의사항의 맨 처음에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라고 밝힌 뒤 그에 상응한 소극적 안전보장, 에너지・경제 보장, 한반도 평화체제, 동북아 안보협력 증진 등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과거 두 차례의 합의문과 1차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접근법을 볼 때,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아무래도 완전한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고 그에 따른 상응조치가 뒤따르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하노이 공동성명」을 채택하게 된다면, 주요 내용은 한반도 비핵화의 이행계획과 추후일정, 그리고 그에 대해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의 약속들로 짜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하노이 공동성명」의 전망을 놓고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성공과 실패로 나뉘어져 있다. 대체로 찬성진영에서는 ‘성공한 회담’, 반대진영에서는 ‘실패한 회담’으로 미리 단정해 놓고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심지어 반대진영 일부에서는 이번 2차 회담이 북측이 원하는 대로 합의하는 ‘나쁜 회담’이 될 것이라고 예단하기도 하고, 불완전한 합의가 될 바엔 차라리 ‘눈부신 실패’를 선택하라고 충고를 가장한 무책임한 말을 뱉기도 한다. 이와 같이 대립적인 전망 속에서 필요한 것은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하는 일이다.
「하노이 공동성명」의 문안을 둘러싼 논의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평양 방문에서 비건 특별대표가 북한 김혁철 대미특별대표와 협의만 했을 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한 주 앞두고 다시 만나 합의문 조율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4개항에 기초해 12개 항목을 협의했다고 한 것을 볼 때 이번 「하노이 공동성명」에서는 최소한 포괄적 합의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의 논의 수준으로 볼 때 일괄타결은 어렵고 부분타결은 어느 정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하노이 공동성명」에서 포괄적 합의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관점에 따라서는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반대진영에서는 포괄적 합의문에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이나 생화학무기 등 비현실적인 요구가 들어있지 않다는 점을 내세워 실패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핵 폐기를 담아 일괄타결되지 않으면 실패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찬성진영에서는 포괄적 합의가 된 것만 가지고 성공이라고 평가한다든지, 미래핵과 현재핵만 담은 부분타결만으로 성공이라고 평가할지도 모른다.

비핵화 실현 의지가 담긴 ‘포괄적 신고’ 합의 여부가 관건

 그렇다면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앞서 지적했듯이, 이번 2차 회담은 1차 회담과 달리 ‘완전한 비핵화’의 이행을 어느 정도 합의해 낼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북·미 양측은 여전히 적대와 불신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해서는 최대한 높은 수준의 요구를 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해야 할 양보는 최소한에 그치려고 한다.
 북한으로서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되 여차하면 되돌이킬 수 있는 가역성을 확보하고자 하고, 또한 경제제재 완화와 체제안전 보장 등을 최대한 받아내고자 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핵분열물질, 핵탄두, ICBM과 같은 과거핵에 대해서는 최종단계에서 포기하겠다는 입장이고, 따라서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도 ‘영변 핵시설 α’의 폐기・검증 수준에서 합의하려고 하고 있다.
 미국은 미 의회와 언론의 견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미 본토에 위협이 되는 핵탄두, ICBM과 같은 과거핵을 이번 2차 정상회담의 합의문에 포함시키려고 하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상응조치는 제재해제 절차를 규정한 「대북 제재 및 정책 강화법」(2016.2.)에 의해 제한을 받고 있어, 제재완화보다는 인도주의적 지원과 미 민간인 방북 허용,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제시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어떠한 창도 막아낼 수 있는 방패(북한)와 어떠한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창(미국) 간에 타협점을 찾아내려는 것인 만큼, 결코 쉽지 않은 협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상응조치 간에 일괄타결(package settlement)을 이루는 ‘빅 딜’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핵위협의 본질인 과거핵을 빼고 미래핵과 현재핵만 포함시키는 합의에 머문다면 ‘스몰 딜’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빅 딜이 아니라고 ‘실패한 회담’, ‘절반의 성공인 회담’이라는 평가도 잘못된 것이지만, 그렇다고 스몰 딜에 머문 것을 ‘성공한 회담’이라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안고 있는 제약된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비전을 가질 수 있는 ‘성공한 회담’이 되려면 어디까지 합의를 도출해야 할까?
‘성공한 회담’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이로든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로 가기 위한 ‘길목’이 확보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비핵화의 핵심은 과거핵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점이다. 여전히 불신의 골이 깊은 미국과 북한이 어떻게 과거핵으로 가는 ‘길목’에 합의하느냐가 회담 성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첫 방북 이후 미국이 핵탄두와 ICBM의 일부를 조기에 해체・반출하는 프론트로딩(front loading)을 북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 7월 초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때도 이 같은 요구를 되풀이하자 북한 외무성이 ‘날강도 같은 요구’라며 크게 반발하였다. 그 뒤 미국은 사실상 이 요구를 철회했다. 미국이 세부신고와 검증도 요구했으나 체제안전 보장과 군사위협 해소도 되기 전에 자신의 핵무력만 모두 노출된다며 거부해 무산되었다.
 그렇다면,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감안하면서도 완전한 비핵화의 길목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1월 31일 스탠포드대학 연설에서 어느 시점에서 포괄적 신고를 하고 앞으로 어떻게 비핵화를 협의할지 실무협상의 로드맵을 담아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이 해법을 반영한다면, 이번 합의문에는 △파괴된 풍계리 핵실험장의 전문가 검증, 전문가 입회 아래 동창리 해체의 이행, △상응조치를 전제로 한 영변핵시설 α의 폐기・검증 세부이행에 관한 합의뿐만 아니라, △포괄적 신고의 시점을 포함한 실무협상의 로드맵에 관해 약속을 담아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가 완전한 비핵화임을 김 위원장도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이 진정 비핵화 의지가 있고 국제사회의 환영을 받기 위해서는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신고의 시점을 포함한 실무협상의 로드맵을 수용해야 할 것이다. 이는 이번 회담의 성패 기준일 뿐 아니라, 평화로운 한반도와 번영된 북한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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