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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 한국불교- 오늘의 시대정신과 불교지도자의 역할(6)

2. 종교의 권력화를 경계한다

 

  서양의 지성들은 자연파괴종교전쟁을 예로 들며 선악이분법에 익숙한 유일신 종교의 폐해를 지적해왔다. 20세기 초 유기체철학자 화이트헤드가 기독교 신학이 인류의 커다란 재앙 중의 하나라고 비판했던 배경이다. 선악놀이와 편가르기에 익숙한 기독교 근본주의는 다른 것, 다양한 것틀린 것, 잘못된 것, 없어져야 할 것으로 간주하는 성향이 짙다. 최근 박찬주 대장 부인의 갑질이 화제인데, 특히 공관병 신분인 불자 사병을 교회에 나가게 한 종교인권 침해가 상명하복의 군대 문화 속에 과연 이 경우 하나만이겠는가 생각하니 불자들이 살아가는 현실이 팍팍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갈등과 분열, 불신과 배제의 분위기에 젖어 있는 한국사회에서는 사회경제적 기대치가 사회적 비난이나 불이익보다 클 때 망설임 없이 종교패거리 문화가 작동하게 된다. 오죽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종교 이름만 걸면 무슨 짓을 해도 사회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전북대 박동천 교수) 비정상적으로 권력화가 이루어진 한국의 종교계를 질타하고, 인터넷 상에서 한국에 살기 어려운 이유 16가지 중 하나로 다종교 국가 중 한국만큼 비기독교인으로 사는 데 불편을 느끼는 나라는 없다고 토로까지 했을까.

  지난겨울 광화문의 촛불집회에 대항하는 시청 앞의 태극기 집회는 기독교가 합류하면서 여러 가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태극기와 함께 펄럭이는 성조기 물결도 황당한데 심지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동원하는 그 심리상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게다가 십자가와 십자군 복장에 십자군의 창과 방패는 섬뜩하고 더욱 괴이하기까지 했다.(특히 빨갱이는 죽여도 좋다는 문구가 새겨진 십자군 방패를 들고 있던 조계종 승려를 TV뉴스로 보는 필자의 당혹감과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마치 기독교가 한국사회를 접수한 인상을 준 것이다.

  정치에 뛰어든 종교, 종교 뒤에 숨은 정치. 부도덕한 정권과 탐욕스런 재벌 간의 유착에 신정을 꿈꾸는 기독교가 가세해 서로 숙주가 되어 빚어낸 정··교 삼합의 기묘한 모습이 현재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박근혜 정부는 종교계나 시민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타가 공인하는 지극히 편향적인 기독교 인사들을 연달아 고위공직에 임명, 정교분리의 헌법정신을 어지럽혔다. 201310이승만 대통령이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 원칙을 형해(形骸)화시키면서 한국을 기독교 국가로 만든 것이 큰 업적이라고 찬양한 유영익 한동대 명예교수를 국사편찬위원장에, 20156선교는 공격적이어야, 세상법보다 교회법이 우선, 목회자의 사례는 비과세 대상, 성시화운동에 참여해 복음화에 이바지할 것, 예배가 있는 일요일 시험 반대등 철저히 기독교인 입장을 강변해온 황교안 전도사를 국무총리에, 지난해 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경력이 있는 최성규 목사를 국민대통합위원장에까지 임명했다. 분열과 배제의 논리가 몸에 밴 정치권력과 헌법보다 종교가 더 중요하다며 선악놀이에 갇힌 개신교 세력 간의 야합의 결과로 국민통합과는 먼 행보였다.

  종교인 과세만 해도 그렇다. 우리나라는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종교인에게 세금을 걷지 않는 유일한 나라다. 면세 조항 19개 가운데 종교인 항목이 없는데도, 십억 원 대의 소득이 있는 목회자에게까지 단 일 푼의 세금도 거두지 못하는 사회를 국민은 이해할 수 없다. 2014년 여론조사 결과 종교인에게 세금을 부과하자는 의견은 찬성이 71% 정도로 반대 13.5%보다 5배 이상 압도적으로 많았다. 최근 인터넷 투표에서는 찬성 94%, 반대 6% 정로 종교인 면세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오히려 더 커졌다. 종교인 과세는 이미 방향은 정해져 있다. “이 세상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라던 벤자민 프랭클린의 명언처럼,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을 뿐이다. 정치꾼들이 차별적이고 위헌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저의는 분명하다. 국민보다 기독교의 눈치 보기가 더 급한 것이다. 종교 앞에만 서면 왜 정치는 작아지는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 우리나라에서 신정(神政)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언급했던 수원중앙침례교회 장로 김진표 의원이다. 지난 5월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은 직후 뜬금없이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유예하겠다며 국회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논란을 일으켰다. 내년 시행에 변함없다던 정부의 분위기마저 흔들리는 것 같아 또다시 개신교 권력을 실감하게 돼 씁쓸하다.

  반면, 2017113, 사랑의 교회 건축 관련 공공도로지하점용취소 처분판결은 무려 66개월 만에 종교권력을 심판한 역사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바라는 최근 사회적 분위기와 국민의 바람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2008년 대법원의 기존 판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공공도로 지하점용 허가는 정부국회사법 3권을 장악한 개신교 권력이 밀어붙였기에 가능했던, 그 후 국토부 주관으로 관련 법조항을 다급히 개정보완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하고 전무후무한 사건이었다. 오죽하면 항간에 약자는 법이 있어도 보호받지 못하고, 강자는 돈과 권력의 힘으로 법의 과보호를 받아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아주 강한 자는 아예 일을 저지른 후 법을 새로 만든다는 자조까지 나오겠는가. 당시 법적으로 안 된다는 것을 억지로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뛰었다고 자랑했던 이혜훈 의원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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