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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 한국불교- 오늘의 시대정신과 불교지도자의 역할(5)

III. 종교지형의 변화

  우리나라는 세계의 여러 종교가 팽팽하게 경쟁하며 공존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 게다가 서양종교가 그 신자 비율에 비해 정치사회적 영향력이 비정상적으로 큰 지구상 독특한 나라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10년 간 개신교는 정치세력화를 위해 ‘죽기 살기’로, 고도의 정치집단인 천주교는 ‘죽은 척 살기’로, 사회 부적응 증을 앓고 있는 불교는 ‘죽어지내기’로 한 시기다. 다종교 사회에서 불교가 고유한 사회기능을 해내고 불자가 건강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한국사회의 종교지형을 점검하는 것은 중요하다.

  1. 개신교, 제1의 종교가 되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의 내용 중 종교인구 조사 결과는 한국의 종교지형이 10년 전과 상당히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요약하면, 한국의 종교 인구는 지난 수십 년 간 꾸준히 증가해 2005년도에 53%로 처음으로 종교인이 무종교인보다 많아졌으나, 최근 10년 사이 44%로 무려 9%라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기존 종교인들이 종교를 떠나는 반면 새로 종교인이 되는 확률은 감소하는 이른바 ‘탈종교화(세속화) 추세’는 세계적인 현상이기에 총 종교인구의 감소는 그리 놀랄만한 결과라고 할 수는 없다. 또 앞으로도 종교인구 감소는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종교별로 들여다보면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불자들 3백만 명이 무종교인으로, 천주교인 1백10만 명이 개신교인으로 이동한 셈이 되어, 결과적으로 개신교 인구가 불교 인구를 추월하고 한국사회에서 처음으로 1위의 종교로 올라선 것이다. 일반적인 탈종교 추세와 다르게 유독 개신교 신자 수가 증가한 배경은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종교상황과 사회현실이 만들어낸 결과이기에 여러 각도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개신교의 약진은 확실하고 그 배경 또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우선 일반국민으로서는 경제 양극화와 정치‧종교 패거리 문화로 인해 생존의 위협과 공동체 의식 상실을 겪고 있는 불신사회의 암울한 상황에서 어떤 집단에 속하는 것이 가장 안전할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절망적 환경 속에 있는 사람에게는 구원과 보상이 있다는 심리적 보호막으로, 이권에 얽혀 있는 사람에게는 정치‧경제 공동체로서의 개신교가 충분히 이용가치가 있고 매력 있는 집단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유명인사들 중에도 신의 개념이나 교리 자체보다도 위 두 경우 중 하나의 이유로 기독교(개신교 또는 천주교)를 선택한 경우가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개신교 학자들 스스로 분석한 개신교인 증가 배경이 흥미롭다. 지난 3월 호남신학대의 신재식 교수는 한국교회가 대형화・권력화 하면서 자본주의 기업으로 변형되었다고 보았다. 동산, 부동산, 대학, 각종학교, 병원, 사회복지재단, 방송국, 언론사 등 국내외 수많은 자산과 기관을 소유‧운영함으로써 교회를 매개로 한 생존과 비즈니스가 최우선 관심사인 교회와 신도는 당연히 경제공동체라는 것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경제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한국사회는 이용 대상일 뿐, 국민의 영성이나 사회의 공공성 제고 따위는 전혀 우선 고려 대상 아니라는 소위 ‘세속화’에 초점을 맞춘 비판적 견해가 특이하다.
  진보적인 개신교 목사이자 학자인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 연구실장이 올해 초 종교인구 변화를 분석한 내용도 관심을 끈다. 우선 종교인구 전체의 감소에 대해서 김 실장은 “종교란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삶과 연루돼야 한다. 대중의 사회불안과 생존위기와 같은 고통에 무감각하고 응답하지 못한 종교의 위기”라고 말한다. 딱히 불교를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3백만의 불자들을 잃은 불교가 가장 뼈아프게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강자의 탐욕에 유린된 대중은 힐링과 코칭에 목마르게 됐고, 그런 공감의 연결망이 가장 적극적으로 실행되는 장이 바로 개신교였던 것”이라고 설명함으로써 정치사회적인 피폐가 사람들을 개신교라는 텐트 속으로 몰아주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예배 참석률이 떨어지는 것은 오히려 위기상황으로 판단했다. 한마디로 사람이 모이는 교회 공동체가 필요한 것이지 기독교 교리에 심취한 것은 절대 아니니 경계하라는 주문이다.
  개신교를 우군으로 극우세력을 결집시킴으로써 정권을 유지해왔던 이명박 장로 대통령 5년과 보수 박근혜 정부 4년을 생각하면 인구센서스 결과와 개신교 학자들의 분석 결과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두 정권 동안 국민은 종교과잉, 정확히 말하면 개신교의 정치과잉 시대를 겪은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정치‧경제‧문화를 견인한다는 서울의 동남권 4개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는 개신교인 비율이 32.8%로 나타나, 전국 평균 19.7%의 1.6배 이상이며 세 명 중 한 명꼴로 교회에 다니는 셈이다. 개신교인들의 적극성을 함께 고려할 때 강남권에서 교회 안 다니면 정치나 사업 등 사회생활이 불편할 정도라는 점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세속적 보호막으로 기능하는 종교, 즉 개신교를 피난처로 삼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분위기가 종교지형의 이상 현상에 어느 정도 기여했을 수 있다는 추론은 음미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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