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敬하고 聽해야 한다

듣다라는 뜻의 청(聽)자는 귀이(耳)에 임금왕(王)을 놓고 열십(十)자에 눈목(目)을 가로 누이고 마음심(心)을 앉힘으로써 하나의 글자로 완성한 글자이다. 굳이 해석하자면 모든 눈에 보이는 사물을 임금의 귀로 마음을 열고 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남의 말을 듣는다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우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올 한해 불교계에 일어났던 대사회적 화두였던 종교차별 문제의 해법도 ‘청(聽)’하면 못풀리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했다면 대통령 개인의 종교적 소신을 떠나 올해 빚어졌던 종교차별의 싹은 피지도 않았을 것이다.

청(聽)이라는 단어에는 경(敬)이 먼저 붙게 마련인데 이는 듣되 그냥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공경하며 존중한 상태에서 듣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인들이 독단(獨斷)의 위험성을 경계했기에 경청이라는 단어가 유용하게 사용되었는지도 모른다.

얼마전 동국학원 이사장 영배스님이 건강악화를 이유로 자신이 맡고 있는 이사장 직을 개방형이사인 영담스님에게 위임했다. 동국학원은 교계의 대표적 교육기관임과 동시에 한국불교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또한 종단 정치지형과 무관하지 않기에 이번에 급작스럽게 나온 동국학원 이사장 직무대행 선임 건은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배스님은 조만간 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되는 대법원 최종심리 결과에 앞서 이사장직을 내놓은 것이다.

사립학교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임원은 그 직을 면하게 되어있다. 정부 교부금 횡령혐의를 받고 있는 영배스님이 금고이상의 형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게 될 경우 영배스님은 이사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경우의 수는 매우 다양해진다. 후임이사를 선출해야 하고, 그 첫 번째 단추로 종단에서는 종립학교관리위원회를 소집해 복수의 후보를 추천해야하고 이것을 종회에 상정해 인준을 거쳐야 한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동국학원 이사회에 이 사실을 통보해야 하고 동국학원은 이사회를 소집해 복수의 추천자 가운데한명을 영배스님 후임이사로 선출함과 동시에 신임 이사장을 선출해야 한다. 

이와같은 수순을 밟기 위해서는 아무리 빨라도 3개월여가 걸린다. 이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년 10월이면 차기 총무원장 선거가 실시된다. 잘 알다시피 영배스님이나 영담스님은 종단정치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인물들이다. 동국학원 헤게모니를 상실할 경우 내년 총무원장 선거과정에서 이들 스님들의 영향력은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만약 그래서 이번과 같은 영배 이사장→영담 이사장 직무대행 체제가 섰다면 우리는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전격적인 이번 결정을 동국학원 이사들은 알지도 못했다고 한다. 최소한 이사장과 같은 중요한 자리라면 다른 이사들의 자문 정도는 들은 후 결정해도 늦는 것이 아니다.

독단을 떠나 독선에 다름아니다. 동국학원과 종단은 불자 모두의 공개념적인 자산이다. 일부 권력층이나 스님들만의 자산이 아니기에 불자들의 관심이 모아지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공기관의 얼굴인 이들 공인들은 반드시 청(聽)해야 한다. 敬하고 聽해야 한다.  

이만섭(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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