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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차와 기계차에 대한 비밀(2)

그 애매하고 간단치 않은 문제를 논하기보다, 수제차와 기계차의 장단점을 살펴보는 것이 생각 정리에 더 현실적이다.

① 수제차가 기계보다 가공이 정교한 것은 사실이다. 소량이랴는 제한이 있다. 그러나 손으로 차를 만들면 기계보다 품질이 균일하지 않다. 따라서 수제의 장점 정교함을 얻는 것보다 기계 사용이 품질 안정도 면에서 더 이익이다.

수제로 차를 만들면 균일함도 떨어지지만 무엇보다 체력의 한계와 개인 경험의 능력차가 커서 양적인 면에서 좋은 제품 생산이 어렵다. 시중에서 어린 등급의 비싼 차들은 다 수제품이라고 한다.  특별히 잘 만든 우수한 상품 의미의 수제품이라서 비싼 게 아니다. 아직까지는 가격 비싼 차라고 높은 품질을 보증해주지 않는다. 그 차들이 비싼 원인은 다른 데 있다.

높은 등급의 어린 찻잎은 일단 양이 적다. 기계로 가공을 하고 싶어도 사용할 만큼 양이 적어 어쩔 수 없이 수제로 만들 수밖에 없다. 또 그런 차들은 대량으로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수제품이라서 비싸다는 이유는 통하지 않는다. 세월이 많이 변했다. 수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생산량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다. 또 생산량과 제품 완성도가 별개임을 참고해야 선택이 분명해지고 가격 오해를 벗어난다.

② 기계차는 일단 생산량이 많고 가격 경쟁력은 당연하여 차시장의 활성화에 도움이 크다. 구입에 한결 부담을 던다. 그러나 현장과 환경 현실의 복잡한 요인 때문에  우리나라는 기대만큼 기계차의 장점이 빛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이유에는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고 설득력 없는 부분도 있다. 차산업에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현명한 판단은 시간과 함께 변화될 것으로 믿고 이 문제는 주제에 맞지 않아 그만하겠다. 

가격이 비싸서 고급이 아니라 가공 기술이 좋은 고급차, 일명 명차라는 상품은 손기술과 기계를 함께 사용한다. 2003년부터 명차의 개념과 가공 기술에 대해 열강 하고 글을 썼지만 아직까지 시기 상조라는 둥 아직도 과도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못하거나 잘 안되면 시기 상조요 배움이 이해가 안 되면 과도기라고 한다. 어떤 때는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자기 설득을 할 때도 있다. 자조할 말이 그것뿐이어서다.

소비자든 생산자든 아무튼 우리는 아직도 명차에 대한 이해가 낮다. 시기상조 과도기 17년 째인데 언제나 벗어나려나· · ·

기계화가 더 일찍 되었다면 차 가격이 낮아졌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당분간 유보다. 몰라서가 아니라 조금 더 좋은 방법을 찾고 싶어서다.

소비자가 생각하는 수제차란

① 생산자의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 솥단지 하나로 소량 생산하는 차는 어쩔 수 없이 수제품일 수밖에 없는 수제차를 '솜씨가 훌륭한 수제차'로 잘못 알고 있는 상품.

② 생산량이 적은 어린 등급의 수제차, 기계로 만들 수 없는 수체차를 '우수한 수제차'로 알고 있는 경우로 요약할 수 있겠다.

두 가지 중, ①에 해당되는 생산자의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현실에 개인의 아픔이 있겠지만, 그 현실을 수제차라는 명분으로 소비자에게 차 가격을 내세우기는 무모하다고 생각한다.  ②에 해당하는 상황은, 일단 공급자와 구매자의 판단이 최선일 듯싶다.

위의 두 가지 이유 이외에, 생산 과정에서 손과 기계를 섞어 쓰는 문제에 수제차니 아니니 하는 지적은 정리될 문제가 아니다. 생산과 가격 경쟁력의 비례는 소비자와 공급자의 관계에서 이루어지지만 실질적으로 시장의 복합적 작용이 있어 단순하지 않다.

단지 이 주제에 대해 짚고 넘어갈 일은, 생산자나 소비자나 기계차를 무시하는 수단으로 수제차를 내세울 수 없다는 점이다. 기계차의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고 '묻지 마 수체차 좋음'을 내세워 '묻지 마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니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음을 전할 뿐이다. 체력 즉 노동력 만으로 차를 생산하는 일은 한계가 분명하고, 그 한계의 어려움을 예전처럼 소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기계차가 맛이 없는 것이 아니다

기계차가 맛이 없다’는 말은 맞지 않다. 기계차가 맛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가 기계를 잘 다룰지 몰라 차를 맛있게 만들지 못해 생긴 오해다. 중국이나 대만에서 수입하는 기계들은 주로 소품이 많다. 우리는 주로 일본에서 기계를 구입한다. 기계에 적응하는 시간과 기술 습득과 배경 지식이 필요한데 철저히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차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배워도 유명무실인데 그런 말도 잘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차와 가공 기술 지식이 얕은 편인데 그 귀찮은 배움을 기계로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생산자가 많다. 답답한 일이다. 시기 상조라서 그런가 과도기라 그런가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 지나치게 길다.

증제살청 할 때는 증기 압력이 집집마다 거의 같다. 어깨너머 기술에 일본 증제기계 책을 보고 더듬더듬 대충 맞춰 가공을 해대니 차마다 개성이 없이 밋밋하고 맛이 나지 않는다. 마치 한 공장에서 만든 차처럼 밍밍한 맛을 소비자들은 영문도 모르고 기계차라서 맛이 없다고 오해한다. 생산자들도 자신의 기술이나 능력을 생각하지 않고 막연히 기계차는 손맛이 안 들어가 원래 맛이 좀 떨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기계의 천국 일본 녹차는 왜 그렇게 차의 맛이 뛰어난가? 똑같은 기계를 쓰는데.

사정이 이러니 소비자는 우리 녹차를 멀리하고 다양한 중국차들을 찾는다. 우리 녹차는 거의 시장을 잃었다. 사실 혀와 건강에는 깨끗한 녹차보다 좋은 차가 없다. 각 지역마다 자기들 차가 최고라는 말은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복건성 사람들은 무이암차로 시작해서 무이암차로 돌아온다고 한다. 운남 사람들은 뭐니 뭐니 해도 보이차가 차의 왕이라고 한다. 항주 사람들은 차 중의 차는 녹차라고들 한다.

필자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 우리나라 녹차 한 가지를 한껏 즐긴 적이 있다. 보통차였다.  오설록 세작 중 ‘한라진’이라는 상품이었는데 지금은 생산이 안 되는지 보이지 않는다. 매일매일 마셔도 새롭고 마시고 나면 더 마시고 싶어 차를 마시면 마실수록 차를 더 불러들였다. 신선한 감미와 혀를 감아도는 부드러움과 순수한 청량감, 똑같은 기분을 매일 제공했다. 탁월한 일본 녹차의 자리를 우리나라 한라진 녹차로 채우는데 손색이 없고, 우리에게 그런 차가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기까지 했다. 녹차는 깨끗함은 물론 섬세하고 예민하여 혀의 퇴화에도 음용이나 건강에도 그만한 것이 없다.

지금 국민 녹차 ‘오설록 세작’에서 그때의 세작 ‘한라진’과 비교했을 때 콩알 만한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등급이다. 그 차를 빨리 마시고 싶어 출근길이 설렐 정도였다. 마시고 돌아서면 또 마시고 싶고 하루 종일 손이 가던 차였다. 좋은 기분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서였다. 나중에는 감당하기 벅찰 정도였는데 어느 때부터 그 상품이 보이지 않아 차라리 안심을 했다. 아예 생산이 안 되니 억지로 참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못난 생각이었다. 끊으면 괴로움을 주는 차였다. 이후 그 가격에 그런 차를 다시 보지 못했다.

그 향과 맛은 지금도 고스란히 뇌에 저장되어 있다. 당장이라도 생산할 정도다. 맛의 기억이란 그렇게 무섭다. 맛을 모르면 생산이 안 되지만 맛을 알면 그 제품을 만들어 낸다. 그런 맛을 지닌 과거라면 무조건 기억을 잡아야 한다.

좋은 녹차를 찾아 대중에게 알리고 싶어도 공정성의 오해가 있을 것을 염려해 그동안 참아왔었다. 개인 생산자들이 좋은 차를 생산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우리에게도 상품이 있었고 상품이 있다는 것을. 앞으로 눈에 보이는 대로 소비자에게 해마다 올해의 좋은 녹차를 추천할 생각이다. 경제력 여력이 있는 분들은 가능한 우리나라 녹차를 즐겨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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