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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차와 기계차에 대한 비밀(1)


올해 차 생산시기가 예년보다 7~10일 정도 늦었다. 날이 추워 움이 트지 않았고 결정적인 시기에 하루걸러 비가 내린 탓이다.

제목으로 ‘수제차와 기계차의 비밀’이라고 했지만 비밀은 없다.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보려고 붙였다. 농담 수준의 수작으로 가볍게 보아주면 좋겠다.

지금은 덜한 편이지만, 우리나라 차 포장지에는 빠지지 않고 ‘수제차’라고 표시된 상품이 대부분이었다. 불과 7~8년 전만 해도 그 표시가 없는 포장지가 없었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5~6년 전부터 서서히 수제차 표시가 없는 포장지가 많아졌다. 수제차 표시가 차를 판매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지역 이미지를 높이는데도 한몫하는데 그사이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수제차 기계차는 비밀보다 개념의 문제에서 바라보는 것이 좋겠다. 수제차와 기계차는 시장의 상황을 표현한다기보다는 앞으로 소비자가 차 구입에 참고할 문제로 생각한다.

수제차의 범위가 완전한 수제인지 무늬만 수제인지 말하기는 모호하고 정설이 없다. 일반 소비자는 수제차를 차 생산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온통 사람의 손기술로 만든다고 안다. 소비자는 완성된 상품만을 알기 때문에 차 생산 과정을 간략히 기술해보겠다.

1. 수제 과정을 대충 설명하자면,

① 차나무 밭에서 찻잎을 딴다.

② 딴 찻잎을 가마솥이나 전기솥에서 물 따위를 넣지 않고 찻잎만 넣고 덖는다.

③ 한번 덖은 찻잎(살청)을 솥에서 꺼낸 뒤에는 맛 물질이 우러나도록 찻잎을 손으로 문질러 세포를 파괴해 주는데 이 과정을 유념이라고 한다.

④ 유념이 된 찻잎을 따뜻한 솥에 넣어 말린다.

⑤ 건조가 끝나면 포장한다.

2. 다음은 기계차 과정이다.

① 차나무 밭에서 찻잎을 딴다.

② 딴 찻잎을 증제기계에 넣어 증기로 찌거나 덖음기계에 넣어 덖는다.

③ 한번 쪘거나 덖은 찻잎을 기계에서 꺼내 유념기계로 옮겨 세포를 파괴한다.

④ 유념기에서 꺼낸 찻잎을 건조기에 말린다.

⑤ 건조가 끝나면 포장한다.

간략한 과정이 위의 설명대로 실행되었다면 수제차와 기계차의 정의에 혼란이 있을 턱이 없다. 그러나 현실은 위의 이론과 같이 실행되지 않는다.

증제차 기계는 대량 생산용 이어서 애당초 수제차니 아니니 거론 자체가 없지만 소량 거래와 돈이 결부가 되면 이것도 꼭 정직하지 않다. 이익이 목적인 시장의 생리뿐 아니라 인간사도 어떤 일이 상품화되면 선한 동기는 온간 데 없고 결과는 역시 먹이사슬로 귀착되곤 한다. 그 귀착이 조금이나마 훈기가 돌려면 선한 마음이었던 시점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빛의 속도로 그 길을 잃어버려 뒷맛이 씁쓸해지곤 한다. 선한 마음이란 돈보다 정성(판매 목적 보다 품질 높은 상품을 생산하기 위한 기술적 노력)의 인정 욕구 내지는 장인으로서의 성취감이다. 적절한 훈기의 기준이 다르고 객관적 표준이 없어 생산과 연계된 유통도 어지러울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수년 전부터 그야말로 수제로만 생산하던 환경이 점점 기계화되고 있다. 수제에 대한 막연한 향수를 가진 소비자는 아쉬워할지 모르지만, 필자는 사실 변하는 환경을 바람직하게 생각한다. 그 변화는 지금보다 더 일찍 찾아왔어야 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다 밝힐 필요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기계화가 생산자나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전통적이거나 영세한 생산자에게는 수제의 특권이 약해져 가격 하락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지만.

이런 환경 변화의 틈바구니에서도 어떤 사람들은 수제차의 향수를 내세워 폭리를 취하곤 한다. 폭리는 기계차를 구입하여 마무리 건조를 솥에서 마무리를 한 ‘~선생 차입 네’, ‘~스님 차라네’ 하는 제품들이다. 적정한 가격이고 맛만 있다거나 수제든 기계든 소비자가 개의치 않다거나 알면서도 구입해주고 싶어 구입하는 소비자라면 누가 만들었던 누가 판매를 하건 상관없지만, 그것을 모르는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제의 특권에 비싼 값을 지불한다고 알면 문제가 된다.

특히 발효차라고 만든 상품 중에 위생적인 문제가 더러 있었다. 또 사업자도 아니면서 100g도 안 되는 차를 한 봉지 당 50~60만 원을 받는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비교적 사찰과 다회 중심의 폐쇄적 관계에서 수제의 위력적이다.

기계차의 목적이 효율과 가격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는 ~선생의 수제차, ~스님의 수제차에 만만찮은 대가를 지불하면서 부담을 느낀다. 결극 전체 차시장을 차갑게 만들어 점점 소비 접근성에 장애물이 되고 만다.

품질만 상품의 사회적 기준에 어느 정도 부합한다면 부가가치도 수요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니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수제 상품이라는 현실에 맞지 않는 홍보가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로 활용되면 문제다. 수제차의 악용 중 한 단면인 습관적 홍보 말고 수제차의 혼란에 대한 근원적 아픔은 또 있다.

완전 기계화를 할 수 없는 영세한 생산농가가 아직은 더 많아 부분적으로 기계를 쓰는 사람들이 있다. 손으로 덖되 유념은 기계로, 또 덖음과 유념을 다 손으로 하면서 건조기계를 쓰는 사람 등이다. 가공의 한 과정 과정을 기계와 손으로 병행해 차를 생산하는 상황이 많아지면서 대체 어느 단계 어느 과정을 수제라고 해야 하는지에 대해 여론이 분분하다. 생산자나 소비자나 수제차에 반영되는 금전적 대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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