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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 마시기 전, 찻그릇에 대한 생각---한국차심평원 한유미 원장 차(茶) 칼럼

차의 정신 · 차의 철학, 성차득차(成茶得茶)의 세계

요즘, 사람들이 차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어떻게 우려 마셔야 좋을지 난감해 한다. 해외여행들이 잦다 보니 차를 많이 사 오기도 하고 선물도 받지만 정작 어떻게 마셔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굴리다 버리기도 하고, 아무에게나 주어 선물의 가치가 희석되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우려마시는 방법을 모르는 것은 오룡차나 보이차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녹차도 마찬가지다. 차를 우리기에 앞서 차를 우리기 좋을 만한 그릇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먼저일 것 같다. 오늘은 일단 차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들의 차전용 그릇인 다기(茶器)에 대한 것이 아니다. 차를 처음 접하거나 앞으로 마시고 싶은 소비자들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 본다.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싶어 관심을 유도한다.

찻잔과 커피잔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다기들은 3인용이나 5인용이 있다. 컵으로 생긴 편리한 1인용도 있지만 혼자 차를 즐길 때까지 시간이 걸려서인지 아니면 운치가 없어서인지 잘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면 3인용이나 5인용 다기 세트를 사서 차를 즐겨보아야겠다는 사람이 많은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다구에 앞서 일단 차를 손에 드는 것이 먼저고, 차를 먼저 들게 되면 다음은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하는지 모른다. 삶아 마시는 것인지 데쳐 마시는 것인지.

커피는 ‘커피잔에 우린다’는 것처럼 접근이 쉽게 생활이 되어야 하는데 ‘차는 어쩌지?’에서 망설이기 일쑤다. 차가 생산되는 나라지만 차는 커피에 비해 대중성이 많이 떨어져 있다. 차(茶)도 찻잔에 우리면 되지만 찻잔을 아무 데서나 구입하기 쉽지 않다. 거기다 찻잔은 특별한 그릇인 줄 아는 것이 문제다. 커피처럼 커피잔이나 머그컵을 사용해도 된다. 또 차는 있는데 마땅한 잔이 없다면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사기 공기(도자기 밥그릇)에 조금 넣어 우려 마셔도 된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밥그릇에 녹차 우리는 법

커피를 탈 때는 컵에다 커피를 먼저 덜고 펄펄 끓는 물을 붓는데, 차를 우릴 때는 주전자에서 펄펄 끓는 물을 마실 만큼 컵(보통 200ml쯤 될 것임)에 먼저 부어놓고 10초~20초(한 김이 막 사라질 때, 계절에 따라 차이가 약간 난다) 정도 있다가 커피 수저로 찻잎을 한 스푼 또는 두 스푼을 뜨거나 그것도 없으면 엄지와 검지, 중지 손가락으로 조금 집어 물을 부어놓았던 컵이나 공기에 띄우면 된다. 

물에 찻잎을 띄우면 처음에 물에 떠 있던 찻잎이 서서히 우러나면서 가라앉는다. 나풀나풀 찻잎 가라앉는 모습을 바라보면 아름답기 그지없다. 향기를 뿜어내며 가라앉기 시작하면 찻그릇을 살포시 들어 차 향기를 맡으며 혀가 데이지 않도록 조금씩 음미하면 된다. 마시는 데 찻잎이 걸리적거리면 거름망으로 걸러도 되고 후후 불어 밀치면서 마셔도 된다. 천천히 마시는 동안 점점 우러나 차의 농도가 진해지는데 좋으면 그냥 마시고 연하게 마시고 싶으면 끓여두었던 주전자 물을 조금씩 따라 희석시켜 마시면 된다.

그것도 귀찮으면 컵이나 공기에 찻잎을 처음 넣을 때 아예 양을 줄이면(찻잎 몇 개 동동 띄우는 정도) 흠뻑 우러나도 쓴맛 불쾌감이 없다. 된장국을 끓일 때 된장으로 간 조절을 하듯이 차도 컵 하나와 뜨거운 물로 간단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접해보지 않아 잘 모른다.

도자기 밥공기에 물을 붓고 찻잎 몇 개를 띄워 코를 바싹 들이대어 향기를 맡고 눈으로 찻잎이 펼쳐지는 광경은 굉장한 쾌감으로 정신 건강에 좋다. 찻잎이 수분을 머금어 서서히 아래로 가라앉으며 우러나는 탕색은 또 얼마나 기분을 들뜨게 하는지 다른 마실 거리에 비해 장점은 말할 수 없이 돋보인다. 요즘은 마트에 가면 열에 강한 다양한 유리제품도 많이 팔고 있어 활용하기를 권한다. 지금까지는 녹차 우리는 방법을 설명했다.

밥그릇에 보이차 · 오룡차 우리는 법

그런데 오룡차나 보이차들은 어떻게 할까. 이 차들은 녹차와 반대인데 커피를 타는 순서와 같으면 좋다. 보이차나 오룡차는 녹차보다 성숙한 찻잎으로 만들기 때문에 물을 약간 식힐 필요가 없다. 더 뜨겁게 우리기 때문이다. 컵이나 밥공기에 커피처럼 보이차를 어른 손톱만 한 덩어리 또는 손톱의 반 정도를 더 합한 양을 먼저 담는다. 만약 오룡차라면 열몇 알(이것을 기준으로 취향에 맞게 가감할 것) 정도를 그릇에 먼저 담고(녹차는 그릇에 물을 먼저 붓고 찻잎을 띄웠고, 보이차 · 오룡차는 차를 그릇에 먼저 담고 물을 붓는다) 끓은 물을 뒤에 부어 우러나는 색의 농도를 보면서 자기 입맛에 맞는 지점을 유지하며 마신다. 녹차처럼 진하면 물로 희석하면 된다.

녹차는 어린잎으로 만들기 때문에 80℃에서 우리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오룡차와 보이차는 90℃ 좌우가 적합하다. 그런데 녹차를 우리는 물은 80℃로 좀 식혀야 좋은데 왜 보이차나 오룡차처럼 뜨거울 때 그릇에 그냥 부어 넣어 쓰라고 했을까. 녹차 우리는 물은 분명 약간 식히면 좋지만 커피처럼 바로 활용하지 않으면 소비자가 불편해할까 봐 최상을 포기하고 편리함을 선택해 쉽게 접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면 편리함을 선택한 대가로 녹차를 데쳐서 쓰고 떫은 죽이 되게 마셔도 좋다는 말인가? 맛은 대체 어쩌려고?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요지는 이렇다. 물을 식혀서 80℃를 맞춰야 한다고 하면 골치 아프다고 귀찮아서 안 마신다고 할 사람이 당연히 많다. 차를 그릇에 먼저 넣고 물을 나중에 넣는 방법을 차의 용어에서 상투법이라고 한다. 물을 먼저 붓고 나중에 차를 물에 동동 띄웠다가 가라앉히는 방법은 하투법이라고 한다. 상투법과 하투법의 온도차가 5℃ 정도 차이가 나기도 한다.

녹차를 상투법으로 우리게 하면 물을 식히는 번거로움보다 낫다고 생각해서 더운물을 쓰는 대신 찻잎을 나중에 넣는 방법을 쓰도록 했다. 녹차와 보이차 넣는 순서를 다르게 했다. 또 뚜껑을 닫지 않은 상태로 차를 우려 마시기 때문에 우러나고 마시는 동안 물은 빨리 식는다. 그래서 뜨거운 물을 사용하더라도 식는 환경을 감안했기에 맘 놓고 편리함을 우선순위에 두었다. 글로 설명하니 복잡한 것 같아도 사실 행위로는 단순 그처럼 단순할 수 없다.

단순 간단한 일에 부연 설명을 하니 복잡하게 보이고, 또 약간 복잡함이 있다손 치더라도 차 과학 지식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시늉이라도 하자니 다른 방법이 없을 뿐임을 이해해 주면 좋겠다. 지식은 모르고도 편하게 살면 그만이지만 차를 나누는 사람과의 교감을 공유하고 확장하는 쾌락이 나누고 싶은 인간의 본능을 자극해서, 안다는 것만큼 세상에 시원한 일도 없어서 다정한 벗과 같은 마음으로 자상을 떨어 손을 내미는 것이니 잔소리로 밀어내지 않았으면 한다.

찻그릇, 다기의 장점

사기나 유리제품이 차나 커피에 적합하다고 했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사기나 유리제품을 권하는 건 냄새를 흡수하지 않아서이다. 일상적인 밥공기나 컵은 도자기 제품이다. 냄새를 흡수하는 항아리 같은 도기 종류가 아니어서 최적이다. 차와 커피는 냄새 흡수가 탁월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나쁜 냄새를 흡수만 하면 좋은데 문제는 자신이 오염되어 변질되기 때문에 심각하다. 커피와 차가 오염되면 이미 커피는 커피가 아니며 차는 차가 아니다. 그저 쓰레기에 불과하다. 그 둘은 잘 밀봉하는 것이 곧 생명이다. 반찬 냄새나는 부엌이나 담배 연기가 있는 곳은 치명적이다.

유리제품을 고를 때는 차전용 제품을 꼭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인 유리컵을 사용하면 뜨거운 물을 사용했을 때 터지거나 깨져 위험천만이다.

2. 밥그릇인 사기 제품은 유약 처리로 방수되어 위생적으로 뛰어나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에서 편리하게 컵이나 밥공기에 마시면 되는데 왜 굳이 다기가 따로 필요한 것일까. 정서적 이유들이 있지만 지금은 그런 비현실적인 이유들이 중심이 아니므로 과학적 입장에서 한두 가지 요약하고자 한다.

 

한유미 차의 심평(Tea Tasteing), 가공 선생이며 저서로는「육우다경」 「동다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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