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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민간신앙의 습합4

불교와 민간신앙의 습합4

『三國遺事』전편에는 우리 민족의 자주성과 그 문화적 우위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 민족 자주의 전승이 유원(有源)한 것이었다는 인식 아래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 전편의 내용이 神異를 바탕으로 하여 전개되고 있다는 점 또한 이 책의 사료적 가치를 더해주고 있다. 이러한 애착은 서민적 애환생활의 外延으로까지 그 범위를 넓혀가면서 그동안 국가의 정권과 귀족 중심의 역사서에서 무시될 수 밖에 없었던, 그래서 신이하고 혹은 서민적 설화의 형태로 전승되어온 역사적인 진실을 감싸 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官撰으로서의 史書로서는 불가능할 일이었고, 同族의 역사에 대해 視野를 넓힌 저자의 역사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보았다.

『三國遺事』가 禪僧으로서의 一然이 당시의 현실인식에서 출발하여 새로이 인식한 자국의 역사전통에 대한 의식적 선택에 따른 敍事였다는 사실을 전제할 때 이 책에 보존된 민간신앙에 관한 기록이 바로 그의 이러한 인식태도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推察할 수 있다. 『三國遺事』에 등장하는 貧富, 貴賤, 僧俗의 개념으로 존재하는 인간은 물론, 천지 자연, 山川이나 龍虎, 神鬼 등과 鳥獸와 草木 등은 서로가 그 속성을 달리하는 대립 투쟁의 존재라기보다는, 佛國土 조성에 참여하는 공존하는 존재로 파악되어진다. 이러한 모습들은 一然이 우리나라의 고대사 내지는 더 나아가 우리 역사의 原型이 바로 이들 다양한 존재가 모두 모여 하나로 엮어내는 장엄한 것으로서 儒敎와 佛敎, 國家와 社會, 지배층과 민중이 계급과 분파를 달리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닌 전통적 공동체적 생활에 토대를 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대상과 사건에 대한 균형의 유지를 전면적으로 고민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러 民間信仰과 불교 사이의 갈등과 다툼 속에서 신라만의 독특한 신앙양태가 절묘하게 살아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그의 균형 잡힌 글쓰기의 태도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赫居世와 脫解의 出自가 민간 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은연중에 밝혔으며, 드디어 불교와 민간신앙이 대립하는 현장에 서서, 그들이 맞닥뜨린 운명적 대결의 구도는 실로 신라가 거치지 않으면 안 될 통과의례임을 알았기에 이미 불교가 자리 잡은 신라 하대에 이르러서조차 왕이 찾아 나선 동서남북의 호국신을 불순한 것으로 묘사하지 않았다. 一然은 바로 그러한 모습을 당대 사회의 것 까지 포함해 적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불교와의 습합이며 그런 점에서 民間信仰이 각별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상기한 『三國遺事』에서 드러나는 一然의 의식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민간신앙의 의미와 민간신앙이 민족사의 전개와 함께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가를 선결과제로 살펴보았다. 민간신앙의 본질에 대한 이해 없이 그 수용의 양태를 찾는 것은 실체를 모르면서 물건을 찾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민간신앙에 대하여는 모르는 사람이 없으면서도 다만 관념적으로만 알고 있을 뿐, 그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렇다고 하여 민간신앙의 이론적인 면까지 불교사적 의미와의 연관선상에서 취급하는 것은 헛된 수고에 불과한 것이다. 왜냐하면 민간신앙의 이론 자체가 불교사에 그대로 수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민간신앙의 이론적인 면보다 그것이 어떻게 이어져오다가 불교와 어떻게 습합하는가 하는 구체적 사실들에 집중하는 것이 보다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산신신앙에서의 현재의 산신은 가람 수호신으로서의 기능과 함께 산속 생활의 평온을 비는 外護神으로서도 받들어지고 있는 것이라든지, 風水地理에서의 擇地의 지시자에 대한 문제, 擇地를 찾고자 하는 노력 문제, 築造에 있어서의 發福문제, 七星神仰에서 주술적 도구인 符籍이 악귀를 쫓거나 복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것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기복이 중심이 되어 신앙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전체 민간신앙에서 주류를 이루는 것이지만 본고가 『三國遺事』를 중심으로 그 속에 소재된 민간신앙을 살피는 것이기에 일반적인 민간신앙의 의미를 살피고 그 흐름을 一然이 살았던 시대까지의 흐름을 고찰하는 것으로 그 시기를 한정하였다.

民間信仰은 종교가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먼 이상이나 未來보다도 현실 쪽에 서서 민간계층의 생활 현장에 뿌리를 내린 현재 살아있는 종교현상이다. 민간신앙은 한국을 비롯한 東洋文化圈에서 말하는 宗敎와 西歐의 Religion이라는 종교 사이에 개념적인 차이가 있어 이 양자 중에서 어느 편의 종교개념을 근거로 해서 민간신앙을 가리키는 것이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만 一般的으로 민간에서 傳承되는 自然的 信仰, 곧 民間人이 信仰하는 自然的 宗敎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民間信仰은 그것이 자연적인 범위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지방적인 색채가 짙다. 이와 같이 성립종교와는 달리 개인신앙보다 한층 더 공동체적이고 서민적인 民間信仰은 이성적 판단이 아닌 오랫동안 傳承되어 온 경험의 반복에 따른 판단에 그 신앙구조의 근거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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