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섬, 칼날 위의 평화

 

물 맑고 경치 좋기로 소문난 강정마을앞 바다는 햇살을 받으면 수많은 은어 떼가 팔딱팔딱 뛰어오르는 듯한 환상을 자아낸다.
바다 속은 보물로 가득 차 있다. 천연기념물인 붉은발말똥게, 각종 희귀어류는 물론이고 세계 희귀종인 산호초 군락지가 범섬 앞까지 서식하고 있다. 가만히 서 있으면 평화롭다는 말이 몸속으로 물밀듯이 스며든다.
제주도는 세계 7대 자연환경 보존지역으로 선정되고자 온 힘을 기울여 왔다. 이에 따라 전 국민이 들썩이고 있는 때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지금 제주의 강정은 위기에 처해있다. 해군기지로 채택된 이유 때문이다.
정부는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물밑 작업을 계속해 왔다. 이에 지각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은 정부의 주민들을 위한 대책마련도 없는 해군기지공사강행에 생업에 타격을 받으면서까지 마을 지키기에 제 목을 내걸고 있다.
그동안 제주도의 환경단체들과 도민 단체들은 그 책임을 묻고자 제주도지사 소환을 위해 범도민 서명운동을 벌여 도민들의 많은 지지를 얻었으나 정작 투표 방법상에 문제가 많아  어이없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제주는 타 지역과는 달리 좁은 지역이라 너나없이 친척이고 너나없이 삼촌이다. 길을 오가는 사람에게 “삼촌”하고 부르면 아무나 “응” 하고 대답하는 곳이다. 또한, 집안마다 말단이라도 공무 보는 먼 친척이 한 둘쯤은 으레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여당, 야당이 아닌 친척을 뜻하는 괸당이 가장 강한 곳이라 하겠는가.
이런 제주도의 제주도지사 소환에 따른 찬성과 반대의 투표방식 또한 단순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투표하러 가지 않으면 되고 찬성하는 사람은 투표장에 가서 투표하면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투표장에 얼굴을 보이는 순간 제주도정에 시위하는 사람으로 간주된다.
제주도의 공무원들은 투표 날이 가까워지면서 공무원들과 그 가족들은 투표 하러 가면 찍히게 된다는 식의 언질을 미리 받아야 했고, 투표 전 날은 괸당들에게 투표하러가지 말라는 전화를 일일이 해야 했다.
투표 당일 날조차 매번 선거 때마다 새벽잠을 깨우던 동사무소나 마을의 확성기에서 투표 날이라는 공고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너무나 조용한 하루였다.
그렇게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한 제주도민의 참정의 자유는 묘한 인정이 많은 지역적 한계와 방법상의 문제로 소리 없이 사그라졌다. 
그러나 강정마을 사람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시위를 계속했다. 이에 뜻을 같이하는 타지역 사람들이 일어나 범국민 시위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정부는 여의도 등 타지역에서 시위 진압을 위한 경찰들을 배치해 놓았다. 이 또한 제주지역의 인정어린 시위진압을 배제키 위한 방법이었다. 
그러했다. 지금으로부터 63년 전, 4.3 당시에도. 국가안보차원이라는 미명하에 정부의 무력 진압은 환갑을 넘긴 오늘도 여전히 아버지와 아들, 삼촌과 조카사이를 이간질하게 만든다. 두렵게 만든다.
서로가 삼촌이고 사돈에 팔촌지간인 제주도민들은 4.3 피해자들의 유가족들이 대다수다. 겪지 않아도 충분히 그 공포를 알고 있다.
육지에서 시위를 진압하러 경찰병력이 내려왔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부터 제주도민들은 63년 전의 일을 생각하며 할아버지의, 아버지의, 삼촌의 죽음을 생생하게 맛보고 말았다. 우리는 지금 과거를 살해당하고 있다.
왜, 또, 이러해야만 하는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국민이 없는 나라가 어디 있으며, 국민을 무시하는 정부가 어디 있는가, 또한 누구를 위한 안보인가.
자연은 그곳을 지배하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만의 것도 아니다.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이의 것이며, 그곳에 사는 모든 생명체의 것이다. 말 그대로 자연의 것이다.
조만간 제주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총을 든 군인이 왔다갔다하는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그 그림의 제목을 “섬, 칼날 위의 평화”라 이름 하면 안 되겠나.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

PC버전

copyright ⓒ 2007 우리불교신문, 우리불교 WTV All reghts reserved.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1길 16 대형빌딩 2층/ 팩스 02) 6442-1240 /

전화 02)735-2240 /  메일: woobu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