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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풍경소리

 

비가 오니 수련이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래서인가, 개구리의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나무 주변에서 노니는 새의 소리까지.
아이의 재잘거리는 소리는 새의 소리나 개구리의 소리처럼 아무리 소란스러워도 즐겁게 들린다. 아마도 자연에 가까운 것이라서 그럴 것이다.
나는 수목원의 연못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종가시나무 숲길로 들어섰다. 우산도 쓰지 않고  비를 맞으며 숲의 숨소리를 들으며 걷다가, 숲을 빠져나와 산길로 접어들었을 때, 산꿩 한 마리가 내가 지나온 길로 재빨리 들어간다. 사람의 발걸음소리에도 전혀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저도 숲길을 산책하는 것이다. 내가 걸어온 길을 산꿩이 걷고 있다.
내가 걷는 길가 풀숲에서 꾸국 꾹, 꾸국 꾹, 꾸국 꾹 산비둘기 소리가 난다.
산비둘기 한 마리가 까치발로 다른 한 마리에게 장난스럽게 까치발로 다가가고 있다. 꾸국 꾹, 한발 걷고, 꾸국 꾹, 두발 걷고, 그렇게 같이 만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와다다다 풀숲 더 깊숙이 헤치며 달려 나간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가는 비 오는 수목원에서는 사람이나 짐승이나 매한가지다. 서로 다 똑같이 즐겁다.
나는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걷고 있었다. 어느덧, 수목원의 으슥한 곳, 외딴 연못에 머물렀다. 살찐 개구리 너덧 마리가 저마다 실력을 과시하는 듯 신나게 물장구치며 놀고 있다.
개구리들이 펄떡 펄떡 뛰어오르고, 헤엄치고, 수련 잎 위에 앉아서 바라보는 것을, 나도 모르게 바라보며 웃고 있다. 그렇게 느낀다. 창포며 노란 붓꽃, 개구리밥이 연못 속에서 요란하게 흔들린다. 연못도 흔들리고 연못 위의 하늘까지 흔들린다.
나는 다시 나무이름이 적힌 팻말을 읽으며 걷는다.
무환자나무, 고로쇠나무, 버즘나무, 남천......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걷다보니 앞쪽에서 관광안내원 한명이 부처나무란 팻말 앞에서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부처님이 이 나무 아래에서 도를 닦으셨어요오.
―부처님은 머리가 없어요오.
―누가 물어보면 부처님 머리는 곱슬머리라고 하면 안돼요오.
한갓 중생인 나로서는 그 말뜻을 도무지 알 수 없으나, 효도관광 오신 노인네들은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흡족하게 비를 맞는 부처나무 같다.
말 그대로 온 세상이 다 살아있는 부처의 모습이다. 어느 것 한 가지도 모자람이 없다. 흡족하다.
나는 이제 짙푸른 여름 속으로 성큼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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