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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7,8부 능선의 샘

제주도는 지역 특징상 물이 나는 곳이 한라산에서 7,8부 능선 근처하고 산 아래쪽에 샘물이 있는데 지난해에 와서 보니 산 아래에 있는 샘 거개가 이미 많이 오염되어 먹을 수 없는 지경에 이렀다. 근래에 들어 물이 나지 않는 중 산간 지대에 목장이 많이 들어서고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과 수도시설의 보급으로 예전에는 사람들이 살지 못하던 곳까지 점차로 집이 들어서는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이런 일이 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조상대대로 물을 대어 먹던 생명줄 같은 샘을 너무 홀대하고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잘 보호하고 미리 예방하였다면 지금도 시원하고 청량한 샘물 아닌가. 샘물을 감히 비가 와서 흘러내리는 물을 가두어 두었다가 내주는 수돗물에, 땅 깊은 곳에 대롱을 밖아 억지로 끌어올리는 지하수에 비하겠는가.
섬 아랫마을 유수암 샘물을 갔었으니 이번에는 산 8부 능선에 있는 샘을 가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절물 자연 휴양림 안에 있는 샘물을 찾아 갔었기에 그 중에서 제일 접근하기가 좋은 성판악으로 갔다.
절물 자연 휴양림은 해발 650m의 제주도 기생화산인 절물 오름의 능선을 따라 짙게 드리워진 삼나무 숲 품안에 만들어 놓은 휴양림이었다. 군데군데 편의시설을 만들고 되도록 땅에서 한자나 띄워 나뭇길을 만들고 그도 여의치 않은 곳은 올을 성글게 엮은 고무판을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깔아 놓아 흙이 흘러내리지 않게 해 놓았다 주도로만 빼고 여러 가지로 세심한 손길이 보였다. 그곳에 샘터가 있었는데 물맛이 훌륭했다. 중 산간 지역에 있는 몇 안 되는 귀한 샘이다.
절물 자연 휴양림을 지나쳐 5.16 도로를 가다 보니 성판악 휴게소에 이르렀다. 주차장에는 가을 한라산을 오르려는 사람들의 차로 가득했다.
산 쪽을 바라보고 주차장 왼편 등산로 가까운 곳에 샘이 있었다. 옆에는 성널 샘이라 표지가 붙어 있다. 물의 수량은 지금이 건기인데도 불구하고 수돗물을 틀어 놓은 듯 흘러 나왔다. 원 샘은 아마 숲 어디에 있는 모양인데 찾을 수는 없었고 우선 물을 시험소에 보낼 것을 담았다. 사진을 몇 장 찍고 물을 한 모금 입에 물고 맛을 음미했다. 물맛이 드세지 않고 혀에 감기는 것이 찻물로도 훌륭할 것 같아 반가웠다.
바쁘게 서둘러야 중 산간지역에 있는 샘을 한 군데 더 들를 수 있을 것 같아 길을 재촉했다. 서귀포 방향으로 향했다. 5.16도로의 끝나는 곳에 선덕사라는 절 옆길로 다시 한라산 쪽으로 오른다. 길이 험해지면서 제주도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붉은 소나무 숲이 길을 막는다. 그곳에 차를 세워두고 내리니 길옆으로 고사리와 잡초더미 속에 보이는 것이 차나무였다. 천 여 평의 차밭이 풀숲에 몸을 감추고 있었다.
선돌선원의 차 밭이다. 선원 옆의 차밭은 너무나 당연한 일임에도 이제는 그도 보기 쉽지 않은 일이어서 반갑기 그지없다.
앞쪽으로 소나무 숲속에 보이는 우뚝 선 바위, 바로 그것이 선돌인가 싶다.
다른 곳과 다르게 습기가 많은 곳이라서 그런지 서늘한 공기와 계곡의 이끼 낀 바위, 나무에는 콩 란이 자라고 있어 언젠가 중국 운남성에 갔을 때 보았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산속에 들어온 느낌이다.
작은 연못이 나오고 지붕을 짚으로 얹은 소박한 집이 두 채가 보인다. 절에서 기르는 개라서 그런지 승복을 보고 짖기 보다는 살래살래 꼬리를 흔들며 호감을 보인다.
주지스님은 어디 출타하시고 선객으로 왔다가 한 철 더 있으려고 주저앉았다면서 tm님이 반갑게 웃으며 맞아 준다. 객 아닌 객들만 둘러 앉아 차를 한 잔 나누며 이곳에 온 이야기를 하니 뒤 곁에 샘물을 끌어다 마냥 흐르게 한 곳을 일러 준다.
요사 채 뒤로 난 산길로 올랐다. 길 곁으로 숲속 나무아래 언제 심었는지 어린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 아마 두 해 정도 되었을 성 싶다. 잠시 오르니 법당이 나왔다. 흙을 이겨 돌을 쌓고 짚을 이어 얹은 작은 집이다. 방 한 칸에 처마 밑에 비 가림을 한 아궁이 하나있는 더 이상 떼어낼 것이 없는 작은 절이다.
무에 그리 바쁘다고 서둘러 다니고 있는지, 뒤돌아보니 손바닥만한 창 곁에 걸어둔 목탁 하나 제 혼자 세월을 이고 있다.
다시 내려와 물을 담고 길을 나선다. 아쉬운 듯 마당 아래로 내려서는 스님을 합장으로 만류를 대신했다.
차밭을 보고 또 돌아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었나 보다. 그렇게 좋으냐고 묻는다. 대답을 못하고 혼자 소리로 ‘병이지 병’하고 만다.
제주시 쪽으로 갔다. 한라산이 잘 보이는 곳으로 가잔다. 한라산은 정상을 잘 안보여 준다고 하는데 운이 좋은지 지난해에 왔을 때도 말끔히 보여 주더니 오늘도 무척 물이 귀한 섬인 제주도, 하지만 샘물이 좋은 섬 제주도는 복 받은 곳이다. 오랜 세월을 의지하며 살았던 샘, 허술하게 방치해 못쓰게 만들어 놓은 샘들을 뒤에 올 이들이 보면 뭐라고 나무랄까 공연한 걱정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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