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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지도자의 사회적 책임.

 

 

종교계 관련 언론 기사를 보면, 참 좋은 일 많이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수만 포기의 김장김치를 담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찡하다. 한 집안 김장도 제대로 함께 못해 구박당하는 처지에서 보면 더욱 존경스럽다.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종교계지만, 그래도 남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능력을 나눈 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특히 종교지도자가 직접 나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하루 일정을 내어 몸으로 봉사를 하고, 성심 성의껏 낮은 자세를 보여준다는 것은 흐뭇하다. 비록, 단 하루 언론에 비쳐지는 ‘쇼’라고 치부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일어났으면 하는 일이다.
수십 년 전 공부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시절에 사립학교를 세워 근대교육을 일구어준 종교지도자들의 정신은 그래서 존경스럽다. 그러나 이런 고귀한 정신을 갉아 먹는 일부 사례들이 있어 안타깝다. 특히, 학교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종교계 설립 대학에서 일어나는 합법을 앞세운 소송방식의 처리는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서울 금천구에 있는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원생 35명이 제적을 당했다. 전체 대학원생 150여 명 가운데 5분의 1에 해당한다. 학생들의 종교는 다양하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무종교인 학생이 절반정도, 불교를 믿는 학생과 가톨릭과 기독교학생이 반반으로 정부 통계청 인구조사 상황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다. 사학 분규가 일어난 대학에서 등록금 미납을 이유로 석·박사 과정 학생이 제적당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불교계 언론들은 이 대학의 복잡한 사정은 종교계의 재산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대학 설립자이기도 한 전 이사장(덕해 스님)과 그의 제자(상좌)인 현 이사장(지욱 스님)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다. 전 이사장과 가까운 총장을 현 이사장이 해임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특히 현 이사장 지욱 스님 측은 설립자인 은사가 판단력이 흐려져서 친인척들이 개입하여 불교대학을 다른 대학에 팔아넘기려 했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학교를 지키려 총장을 해임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이사회 구성원 자신이 주지로 있는 사찰신도회 회장 및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인 중진 스님을 이사로 새로 영입하는 등 측근으로 이사회 구성을 모두 마친 상황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다소 마음에 들지 않는 교수들에 대한 해임 및 징계를 위해 학생들부터 ‘기강’을 잡기위한 조치라는 것이 졸업한 한 학생의 주장이다. 
 한 불교계 시민단체는 지난 10월말 학교 측에 공문을 보내 1)법적공방을 마무리하고 조정할 수 있는 방안협의 2)조계종 중진 스님들이 배석하여 공동 협의 3)교수협의회 및 학생회 대표자와 협의할 사항 검토를 요청했다. ‘법적공방으로 엄청난 송사비용은 결국 막대한 낭비가 되며, 모두가 피해자가 만드니, <중재법>과 같은 내용을 검토하여 서로 화해할 길을 찾아보자는 주장이다. 아직 중재보다는 대형 법무법인을 통한 소송이 더 확실한 길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종교지도자의 결단은 다소 독단적이고 위법적이어도 밀어 붙이는 힘이 있다. 좋은 일에 쓰면 약이 되지만 반대인 경우 답이 없다. 수만 명이 모여 종교차별을 주장하다가도 종교지도자의 한마디에 없던 일이 되기도 한다. 어이없는 경우여도 대놓고 비판하지도 못하는 것이 종교계 내부의 현실이며, 과제이다. 더구나 사립학교법 등 법이 권한을 위임해 준 대학법인의 경우 종교지도자의 권한은 막강하다.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이 아니라 모든 것을 가진 강자가 휘두르는 합법의 폭력은 괴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권 시민단체의 역할과 중재가 필요한 이유이다.
 손상훈/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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