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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너도 나그네 나도 나그네(14)

최상택, 최원감은 함부로 아이들을 대했다. 얼굴은 세모꼴이었는데 광대뼈가 툭 튀어나왔고 눈이 부리부리했다. 너희들에게는 나쁜 피가 더러운 피가 흐른다며 술 마시고 때리고 안주 집어먹고 때리고 심지어 가슴팍을 구두발로 차기까지 했다.
공수부대 중사출신이라는 최원감은 자원봉사자, 후원자들에게는 간이며 쓸개까지 내줄 것 같이 살살거리고 굽실거렸지만 기실 돌아서면 남의 약점과 비리를 물고 늘어져 공갈협박을 일삼았다. 가만히 눈치를 보면 그의 원장인 형도 어쩌지 못하는 눈치였다.
 “저 새끼 치워.”
 “네…….”
 네 아이들은 밭고랑 사이에 뻗은 해인을 시신들 듯 사지를 들었다. 개망초 쑥부쟁이 씀바귀사이로 청개구리 한 마리가지 폴짝 뛰었다. 농장 밭의 풀을 뽑다 네 아이들은 해인을 들쳐들고 나무 그늘로 자리를 옮겼다.
 “죽여버릴 거야.”
 “…….”
 누구의 입에서 먼저 나온 말인지 몰랐다.
“봐라, 최원감 저 새끼 술 처먹고 떨어지면 청테이프로 입을 막고 테이프로 사지를 둘둘 싸 불태워 죽여 버릴 거라고.”
“…….”
“창고에 다 준비해 놨다구. 휘발유까지.”
“……저 새낄 죽여버려도 소년원에 가서 재판받을 때까지만 있음 된대. 우린 나이가 어려 감옥에 안 간대.”
코피를 손등으로 쓰윽 닦던 태수가 말했다.
 “안돼. 그러면 안돼.”
  “…….”
동호가 큰일 날 일이라며 고개를 설래설래 내저었다. 동호는 왼쪽 눈을 상실한 애꾸였다.  태수는 소아마비를 앓아 한 쪽 다리를 저는 절름발이였고 영민은 왼쪽 팔이 없는 외팔이였다.
해인은 희미하게 정신이 돌아오는 걸 느꼈다. 해인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달라붙어있는 슬픔. 해인은 최원감이 다가오는 걸 보고 정신을 차리자며 이를 악물었다. 다른 아이들이 맞을까봐였다. 아니나 다를까. 똑바로 차렷자세를 하고 고개를 숙인 아이들,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한 아이들에게 최원감은 알루미늄 지휘봉으로 가슴을 쿡쿡 찔렀다. 지휘봉은 말채찍모양인데 손잡이에 검은 가죽을 댄 금속 알루미늄이었다. 누운 채 눈을 뜨고 보니 노을빛이 최선생의 알루미늄 끝에서 서글프게 반짝거렸다. 지휘봉에 찔린 가슴 맞은 팔뚝은 늘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그렇게 쿡쿡 쑤시다가 날이 가면 보랏빛 멍이 들었다. 그 멍이 다 가시기 전에 또다시 가슴은 멍이 들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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