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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새봄이다.

봄을 떠올리는 것은 즐겁다. 생각만으로도 따뜻하다.

그러나 정작 봄 날씨가 되기까지 동결의 겨울이 봄으로 풀리기까지는 참으로 힘겨운 여정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러하다. 생살을 찢고, 새 순이 돋아나는 봄이 올 때면, 으레 감기 몸살을 동반한다.

일 년의 반은 채우는 시간이고, 반은 비우는 시간이어서 나무에게도 가을과 겨울의 여정은 털어내고 비우는 시간일 테지만 봄과 여름의 여정은 조금씩 채우고 비상하기 위한 시간일 것이다.

나의 봄도 가볍게 비상하기 위한 기회다. 그러니 추위에 잔뜩 웅크려 있던 내 몸은 알아서 추위를 털어내려 애쓰다 보니 견디기 힘든 것이리라. 결국 나의 일 년은 채운다기 보다 비우고 또 비우면서 사는 건가 보다.

겨울 날씨처럼 칼칼한 내 목소리가 새봄이 올 때면 항상 감기몸살로 인해 코맹맹이 소리를 낸다. 내 몸에도 순이 돋는 것일까. 힘이 쫙 빠진 내 목소리가 주변 사람들에게는 부드럽고 감미롭게 들리는가 보다. 항상 이런 모습에 이런 목소리면 안 되는 거냐는 말도 듣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엉뚱하게도 봄날 나무의 새 이파리를 생각하게 되는데……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는 이파리로 비상하는 것 같다. 새순이 꼭 병아리 날개처럼 조금씩 조끔씩 내밀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더 크게, 파랗게, 출렁거리면서, 나무는 그렇게 날아오른다. 그것이 나무가 비상하는 방식이다.

나는 오늘도 수목원 한 쪽 구석에 서서 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백목련이 잎보다 먼저 꽃 순을 삐쭉 내밀고 있다. 백목련 꽃잎은 솜털이 보송보송하다. 마치 귀여운 새끼 고양이 발톱 같다. 목련은 고양이처럼 민첩하고 날렵하게 계절을 뛰어넘어 백학처럼 우아하게 흰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려는 것이리라.

추위에 익숙해진 나는 봄으로 가는 길목이 무척이나 힘겹다. 겨울의 웅크리는 습성으로 날개 달기가 어려운 나는 열에 들떠 연신 콜록거린다.

사람도 나무와 같다. 나무가 가지를 뻗듯 나는 움직인다. 나무가 이파리를 내미는 것은 나무의 노래다. 나무가 꽃을 피우는 것은 사람의 춤과 같다. 그래서 봄은 걷고 노래하고 춤추는 계절이다. 몸에 드는 바람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봄이다. 바람 나자, 사람들아.

자, 움직여 보자. 겨울의 묵은 먼지를 털듯 기침을 뱉어내고 열에 들뜬 몸에 따뜻한 햇볕을 쪼며 나무이파리처럼 노래 부르고 좀 더 힘차게 조금씩 발을 뻗어가며 춤을 춰 보자. 새처럼은 아니어도, 꽃처럼은 날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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