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Abyakata(아비야까따 : 무기)

 

예전 선원에서 수행할 때 항상 선사들이 ‘무기, 무기.’ 하고 입버릇처럼 말하였습니다. 여러분들도 절에 다시시면서 이 단어를 몇 번 쯤은 들어 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대체 무기(無記)가 무엇일까요? 빨리어로는 Abyakata(아비야까따 : 무기)라고 합니다.

선사들이 무기를 말할 때마다 필자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무기가 뭐냐고 물어보면 ‘화두를 들지 않고 몽롱하고 혼침한 상태를 말한다.’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해석은 마음에 와 닿지도 않았고, 동의할 수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럼 화두를 들지 않는 사람은 다 혼침하고 몽롱한 인간이라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대로 한다면 지구상의 인구를 60억이라 할 때 아마도 59.9999999억 명 이상은 무기에 빠져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혼침한 인간들이 어떻게 의사가 되어 사람을 살리고, 과학자가 되어 우주를 넘나드는 지혜를 펼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한문 뜻을 한번 살펴보았습니다. ‘없을 무(無) + 기록할 기(記) = 기록할 것이 없다.’ 이 한문 뜻을 보니 여기에서 무기란 표현은 업(業)에 관계된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즉! 화두라는 테두리 안에서 생각하는 그러한 상태가 아니라, 의도가 개입되지 않은 업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식 표현으로는 염라대왕의 공책에 죄로 기록되지 않는다는 말이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밤길을 가다가 나도 모르게 지렁이나 곤충을 밟아 죽이는 일 같은 것 말입니다. 만약 이런 것도 다 죄가 된다면 인간은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포기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모르면서 행하는 죄는 이 무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나쁜 짓인 것을 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그러한 죄를, 본인의 무지(無智)함에 의해 행하고 그것이 나쁜 것인 지 모르는 일은 알면서 행한 죄보다 더 큰 죄를 가지게 됩니다. 그러한 연유는 모르면서 하는 죄는, 본인이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니 그 죄의 행위를 고칠 마음이 생기지 않고, 더 나아가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나 홀로 이런 생각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다가 후에 빨리 논장을 보니 그 의미가 적중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선업도 불선업도 아닌 Abyakata를 無記(무기)라고 함을 말입니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

PC버전

copyright ⓒ 2007 우리불교신문, 우리불교 WTV All reghts reserved.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1길 16 대형빌딩 2층/ 팩스 02) 6442-1240 /

전화 02)735-2240 /  메일: woobul@hanmail.net